【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119 구급대원이 퇴근길에 한강에 투신한 여성을 발견하고 맨몸으로 강물에 뛰어들어 구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서울 영등포소방서에 따르면 영등포소방서 대림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정주화(31) 소방사는 지난 10일 오후10시께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동작구 한강대교 남단 강변에서 시민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 소방사가 다가가 보니 그 곳에는 누군가가 남겨둔 유서와, 가방, 신발 등이 놓여있었다. 자살 사고임을 직감한 정 소방사는 자신이 소방관임을 밝히고 시민들과 함께 한강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정 소방사는 한강대교 바로 밑에서 물에 빠진 한모(20·여)씨를 발견하고 구조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15m 정도를 헤엄쳐 사고 지점에 도착했을 때 한씨는 이미 몸에 힘이 빠져 물에 잠겼다 떠올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 소방사는 한씨를 안고 구조수영으로 물 밖으로 구해냈다.
한씨는 정 소방사에게 구조된 직후 경찰 보트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구급대원으로 채용된 정 소방사는 전문적인 구조 교육을 받거나 구조 활동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정 소방사의 한 동료는 "어두운 밤에 망설임 없이 물속에 뛰어든 것은 대단한 용기"라며 "소방관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인명을 구해낸 동료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평가했다.
정 소방사는 "당시에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며 "구조 경험은 없지만 고향이 바닷가가 있는 경북 울진이어서 수영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활동을 하다보면 목을 매거나 약을 먹고 자살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안타까웠다"며 "최근 환자와 통화를 해보니 고맙다는 말을 하더라.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게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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