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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망명’ 유혹에 빠지는 탈북자들

[기타] | 발행시간: 2013.06.05일 20:55
[한겨레] 알선업자 통해 4천만원 대출받아

1600만원 떼주고 벨기에 갔다 실패

성공 뒤 현지서 범죄 빠진 사례도

경찰, 알선업자 사기혐의 구속

최아무개(26·여)씨는 2004년 4월 탈북에 성공했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남쪽 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어려웠다. 한국 생활 8년간 피부관리실에서 마사지사로 2년 일한 게 전부였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최씨는 지난해 초 ‘위장망명을 하면 잘살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위장망명 알선업자는 먼저 은행·저축은행·대부업체 등에서 4200만원을 대출받도록 했다. 최씨는 이 가운데 1300여만원을 알선업자에게 떼주고 지난해 4월13일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랑스 현지 알선업자에게 수수료 300만원을 주고 기차를 이용해 벨기에로 향했다. 최씨는 한국 여권을 감추고 탈북자로 속여 벨기에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하지만 3차례 면접 중 1차 면접만 마친 뒤 불투명한 결과가 불안해 올해 2월 한국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위장망명에 실패한 최씨는 사기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5일 위장망명을 알선한 이아무개(44)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최씨와 달리 위장망명에 성공하거나 망명 절차를 진행중인 황아무개(31·여)씨 등 탈북자 2명과 탈북자 출신의 현지 알선업자는 지명수배했다.

위장망명을 알선해온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유령회사 4개를 차려 위장망명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이곳에 취업한 것처럼 꾸며 재직증명서 등을 만들어줬다. 이씨는 이 서류들을 이용해 탈북자들이 대출을 받도록 한 뒤 대출금의 30%를 수수료로 받았다. 탈북자들의 명의로 신용카드를 여러장 발급받아 ‘카드깡’으로 망명자금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씨는 “해외에서 잘살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탈북자들을 꾀어냈다.

탈북자들이 위장망명을 꿈꾸는 것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탈북 과정에 들어간 비용으로 인해 자금 압박을 받는 탓으로 보인다. 탈북자 강아무개(44·여)씨는 “탈북 알선비가 최소 1000만원 이상인데, 한국에 오면 이 돈을 갚겠다는 각서를 쓴다. 그런데 한국 정부에서 주는 초기정착금은 700만원뿐이고,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직업을 얻기도 어렵다. 결국 알선비를 못 갚아 협박받는 탈북자들이 위장망명을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또다른 탈북자 ㄱ(36·여)씨는 “알선업자들이 탈북자들에게 망명을 하면 편하게 잘살 수 있다고 속여 수수료를 가로채 간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보통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월 40여만원을 받는다. 알선업자들은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 캐나다 등으로 망명해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보조금을 비롯해 월 100만~200만원에 달하는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탈북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난민 인정이 쉽지 않고 생각보다 보조금도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위장망명에 성공해도 현지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강씨는 “말도 통하지 않고 생각만큼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되돌아온다. 되돌아오지 않으면 현지에서 위장망명 알선을 하는 등 범죄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터폴과 공조해 지명수배한 탈북자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한편 위장망명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환봉 허재현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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