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주요 골프장 15곳 알아보니

SK·CJ 계열 등 ‘전직대통령 면제’

GS, 규정은 없지만 그린피 안받아

“권위주의 시대의 일…구태” 지적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컨트리클럽에서 헐값으로 특혜 골프를 쳐온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단독] 전두환 부부, 금호그룹 골프장서 ‘헐값 골프’<한겨레> 6월10일치 1·2면) 다른 대기업 골프장들도 전직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 15곳 중 3곳이 ‘공짜 골프’ 특혜 <한겨레>가 10일 주요 골프장 15곳에 확인해본 결과, 아시아나컨트리클럽과 함께 에스케이(SK)그룹의 제주핀크스와 씨제이(CJ)그룹의 제주나인브릿지 골프장이 전직 대통령에게 골프경비(그린피)를 면제해주는 특혜 규정을 두고 있었다. 또 지에스(GS)그룹 계열의 엘리시안컨트리클럽은 예우 규정은 없지만 관행적으로 전직 대통령에게 그린피를 면제해준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최근 한 골프전문지가 선정한 10대 국내 골프장 중 회원제가 아닌 한 곳과 이날 휴무인 한 곳을 제외한 8곳과 이와 겹치지 않는 대기업 계열 골프장 3곳, 아시아나컨트리클럽, 2010년 전 전 대통령이 골프 치는 장면이 포착된 덕유산컨트리클럽(무주리조트 골프장) 등 15곳을 대상으로 확인했다. 제주핀크스, 제주나인브릿지, 엘리시안컨트리클럽 등은 전직 대통령에게 그린피를 받지 않을 뿐, 아시아나컨트리클럽처럼 특별회원이라는 자격을 따로 주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컨트리클럽은 그린피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받는 것과 달리, 제주핀크스와 제주나인브릿지 골프장이 위치한 제주도에서는 골프 경비에 붙는 부가세가 면제돼 전직 대통령이라면 아예 공짜 라운딩이 가능하다.

이들 골프장에서 전 전 대통령이 실제로 공짜 골프를 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제주핀크스 골프장에 전직 대통령이 와서 라운딩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고, 제주나인브릿지골프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이밖에 삼성그룹의 베네스트골프클럽과 롯데의 스카이힐컨트리클럽, 엘지(LG)의 곤지암컨트리클럽 등은 전직 대통령 특별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골든비치골프리조트, 서원밸리컨트리클럽, 파인비치골프링크스 등도 마찬가지였고, 2010년 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쳤던 덕유산컨트리클럽도 다르지 않았다.

골프장이 전직 대통령에게 예우 차원에서 그린피를 받지 않는 것은 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골프장 전직 임원은 “권위주의 시대에 전직 대통령 등을 정회원으로 대우해주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한골프장경영협회 차원에서 권위주의 시대 때의 혜택들을 없애자고 해서 대다수 회원사가 없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한 특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내란·뇌물죄로 형이 확정되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을 수 있는 예우를 모두 박탈당한 상태다. 민간기업이 전직 대통령에게 특별 예우를 하는 것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천문학적인 액수의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특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는 “전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다른 전직 대통령 부부들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줘왔다”고 설명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혜택은 전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집중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가운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골프장을 한번도 찾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골프를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이 불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시절은 물론 퇴임 뒤에도 골프를 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 생존했던 기간이 1년3개월이 채 안 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즉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면서 골프와는 먼 생활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는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의 골프장에 가긴 해도, 아시아나컨트리클럽은 간 적이 없고 특별회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퇴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직 특별회원으로 등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아시아나컨트리클럽 쪽이 설명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07년부터 병환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부인 김옥숙씨가 골프를 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골프 특혜를 누렸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금호아시아나는 모든 전직 대통령에게 특별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그 특혜는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오롯이 누리고 있는 셈이다.

권선아 한국골프대학 교수(경기지도과)는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광주학살의 주범이자 재임시절 범법행위로 실형을 선고받은 대통령들까지 예우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골프장 쪽은 예우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예우가 아닌 특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욱 허재현 정환봉 기자 dash@hani.co.kr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추징금 1672억원이 올해 10월 추징시효가 만료됩니다. 5월20일부터 독자·시민과 함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은 재산을 찾으려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진행중인 <한겨레>는 누리집에 ‘잊지 말자 전두환 사전 1.0’(c.hani.co.kr/facebook/2139505)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조력자 명단’에 주목해 주십시오. 추가 제보와 취재 결과를 정리해 6월 중순께 ‘잊지 말자 전두환 사전’ 버전 1.2를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