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참의원 선거 압승 이후 ‘우경화’ 가속화 가능성과 관련, “이번에 확보한 안정 의석을 바탕으로 평화헌법 개정 등 보수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베 체제가 3년 이상 갈 가능성이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베 정권이 국내외적 필요에 따라 개헌 국면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경우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한·일 관계도 급랭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 총리가 2016년 다음 선거까지 3년간 안정적 의석을 바탕으로 그동안 공약했던 헌법개정에 나설지 첫 번째 가늠자는 앞으로 2∼3일 내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3기 아베 내각의 올 하반기 대외정책 기조다. 8월 15일 아베 총리나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여부가 두 번째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여당인 자민당이 참의원에서도 안정 의석을 확보한 만큼 합리적 국정운영이 가능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안정의석을 바탕으로 헌법개정 등 보수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정부 내에서도 일본의 ‘우경화’ 급가속화 움직임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당장은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이 참의원에서 정족수 3분의2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곧바로 개헌에 나설 수는 없겠지만, 아베 총리가 수차례 헌법개정을 통한 ‘보통국가화’를 주장해온 만큼 장기적으로는 개헌 추진이 확실시된다는 것이다.
일본정치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내 ‘우경화’는 자위권 확보를 통한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흐름과 역사인식 수정 및 영토 영유권을 주장하는 흐름 두 가지로 나뉜다”면서 “전자의 경우에는 일본 국민들의 지지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아베 내각이 그 방향으로 움직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발표될 아베 내각의 하반기 외교정책 기조에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9월 “총리 재임 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것이 통한으로 남는다”고 밝힌 만큼 8월 15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아베 총리도 야스쿠니 참배가 한·일 관계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이 ‘레드라인(금지선)’인 개헌에 나서게 되면 한·미·일 3각 협력은 파행이 불가피하며, 최근 긴밀하게 접근하고 있는 한·중 및 한·미·중 공조 강화로 이어지면서 동북아에서 일본 고립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급속한 ‘우경화’는 장기적으로는 일본에 ‘독약’이 되는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 뒤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면서 “향후 2∼3일 내 일본 측에서 외교정책 관련 입장을 밝히면 그때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방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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