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다문화가정 지원 등을 내건 단체를 만들어놓고 같은 조선족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재한국 조선족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연합뉴스 등 한국언론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6일 조선족 불법 체류자 20명을 상대로 8천800여만원(한화)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사단법인 국제의료복지협회 서울지부 대표 백모(47)씨 등 조선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모(28)씨 등 한국인 4명과 협회 소속인 또 다른 조선족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백씨 등 조선족 4명은 작년 8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국제의료복지협회 서울지부를 개설한 뒤 7개월여간 장모(45)씨 등 중국 국적의 조선족 불법 체류자 14명으로부터 협회 가입비 명목으로 350만∼500만원씩 모두 6천3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협회 가입비를 내면 3∼4개월 뒤에 합법체류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힘써주겠다"고 속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국제의료복지협회는 의료·복지 분야 교육사업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복지사업 등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미국 워싱턴과 전북 익산에 각각 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내에는 백씨가 설립한 서울지부를 비롯해 경기·인천·부산 등 13개 지역에 지부가 있으며, 서울지부 직원 8명은 모두 조선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협회 본부로부터 신청허가서를 발급받아 관할 세무서에 등록만 하면 지부를 설립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서울지부가 법률 관련 유력 단체들과 연계한 것처럼 속여 봉사활동을 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로 신뢰도를 높인 뒤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씨 등은 지난 4월에는 경기도 양주의 한 건설 현장 숙소를 찾아가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 6명에게 협회 가입을 권유하다 거절당하자 박씨 등 한국인 용역들을 숙소로 보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행세를 하도록 해 돈을 주지 않으면 강제 추방하겠다고 협박하게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박씨 등은 불법 체류자 6명을 차량에 태워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가는 척하면서 협박해 공사업체 인력팀장으로부터 2천5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지부 소속으로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조선족 4명과 한국인 용역 2명은 중국 등지로 도주해 경찰은 중국 공안당국에 공조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