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검찰, 은행거래 정리 파일 확보
대여금고서 금송아지 등 나와
전씨 집 압류품 1억3천만원 감정
검찰이 전두환(82)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비자금 곳간지기’로 지목되는 처남 이창석(62)씨가 1988년부터 모아둔 통장 200여개를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통장 200여개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25년간의 자금 흐름의 뿌리부터 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검찰은 최근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 압수수색 때 이창석씨의 사무실에서 1988~2013년치 통장 200여개와 은행 거래를 정리한 컴퓨터 파일을 압수했다. 이씨는 최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압수수색 때 내 회사에서 1988년 이후 모아놓은 통장 200여개를 가져갔다. 어느 은행 어느 지점에서 뭘 했는지 컴퓨터에 정리한 자료도 검찰이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재용(49)·전효선(51)씨 등 전 전 대통령의 자녀들에게 여러 차례 땅과 건물을 넘기고 함께 회사를 운영한 사실 등이 드러나 ‘전두환 비자금’ 관리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검찰은 25년간의 자금 출납 내역이 기록된 통장 200여개를 실마리 삼아, 이씨를 거쳐 형성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자산 내역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기명 채권 등 추적이 불가능한 자금세탁 과정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수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또 7월 중순 이창석씨의 부인 홍정녀(61)씨와 전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전재용(49)씨의 전처 최아무개(44)씨의 은행 대여금고를 수색해, 금송아지 등 귀금속을 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석씨는 검찰이 홍씨의 대여금고에서 “(금)송아지, 행운의 열쇠, 결혼반지 등을 가져갔다”고 밝혔다. 홍씨는 2004년 검찰의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 채권 형태로 보유하고 있던 비자금을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 현금화하는 등 비자금 관리 조력자로 드러나면서 ‘오공녀’, ‘공아줌마’로 불려 왔다. 이씨는 “셋째조카(전재용) 전처의 대여금고까지 (검찰이 압수수색하며) 뒤져 반지 등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집에서 압류한 이대원 화백의 그림과 자개장 등의 감정가액은 1억3000여만원(잠정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검찰의 압류 물품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체납 세금을 추징하려 했으나, 압류 물품 감정가액이 1억3000여만원이어서 세금 체납액(가산세 포함 4억5000여만원)에 못 미치자 검찰에 참가압류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참가압류는 검찰이 압류품을 공매하기 전 세금 징수에 우선권을 갖기 위해 압류에 참가하는 조처다.
송경화 기자, 박순빈 선임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