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이 고수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17일 방송된 ‘황금의 제국’ 마지막 회에서는 끊임없이 욕망을 드러냈던 장태주(고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최민재(손현주)는 최서윤(이요원)에 의해 검찰에 기소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최민재는 최서윤의 성진그룹 위장거래 관련 비리를 들고 협박하며 공동회장 자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윤 대신 박전무(최용민)가 책임을 지게 됐고 민재는 서윤의 반격으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됐다. 민재는 검찰에 끌려가기 전에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또한 윤설희(장신영)는 장태주의 폭주를 막기 위해 그의 살인죄를 폭로했다. 태주는 설희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죄를 자백하고 서윤에게 성진시멘트 주식을 넘겼다. 장태주는 성진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야망을 드러내던 과거를 떠올리며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장태주가 완전히 사라지자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결국 최서윤은 성진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야욕을 드러냈던 장태주와 최민재로부터 황금의 제국을 지켜냈지만 모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처절한 외로움을 견뎌내야만 했다. 제국을 지킨 최서윤의 긴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던 것이다. 결국 황금의 제국을 향한 지독한 싸움에서 웃을 수 있는 진정한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탄탄한 스토리
지난 7월 1일 첫 방송된 ‘황금의 제국’은 1990~2010년도까지 신도시 개발, IMF, 카드대란, 세계 금융 위기 등 한국 경제사 격동의 20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로 ‘황금’이라 불리는 대기업 성진그룹의 주인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대결을 다뤘다.
특히 ‘황금의 제국’은 지난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SBS ‘추적자-더 체이서’의 박경수 작가와 조남국 PD가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만든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황금의 제국’은 평균 시청률 10% 초반을 기록하며 ‘추적자’의 아성에 못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은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장태주(고수), 최서윤(이요원), 최민재(손현주)을 중심으로 조필두(류승수), 윤설희(장신영), 한정희(김미숙), 최원재(엄효섭) 등은 성진그룹의 최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동맹을 맺었다가 배신하는 일을 반복하며 매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였다. 과연 누가 그룹을 차지할 것인지는 매주 시청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항이었다.
‘황금의 제국’ 속 인물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누군가와 재빠르게 손을 잡고 또 순식간에 손을 놓으며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한 ‘황금의 제국’에는 뚜렷하게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선’으로 보였던 장태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나이로 변해갔다. 결국 마지막에는 자신 때문에 사람이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보이며 악랄한 돈의 노예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인물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 성진그룹을 둘러싼 고수·이요원·손현주의 대립, 환상의 시너지 발휘
고수, 이요원, 손현주, 김미숙, 장신영, 류승수, 박근형, 정한용, 이현진, 고은미, 최용민 등 연기파 배우들의 강렬한 캐릭터들과 이들의 호연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일등 공신이었다.
고수는 신림동 판자촌 출신으로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철거 용역의 방화로 아버지를 잃고 원수를 갚기 위해 황금의 제국에 뛰어든 장태주 역을 맡았다. 달콤한 로맨티스트 역을 도맡아 왔던 고수는 장태주 역을 통해 성진그룹의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위해 선과 악을 넘나드는 욕망 가득한 야망가의 모습으로 호평을 얻았다.
이요원은 성진그룹의 회장 최동성(박근형)의 막내딸 최서윤 역을 통해 장태주와 최민재의 공격 속에서도 뛰어난 지략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그룹을 지켜내며 간담이 서늘해지는 카리스마를 뽐냈다.
지난해 ‘추적자’로 절절한 부성애를 선보였던 손현주는 열등감에 휩싸여 성진그룹 회장 자리를 노리는 최민재 역을 맡았다. 손현주는 쉽사리 속을 드러내지 않는 최민재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절제된 내면 연기로 그려냈다.
이 외에도 우아한 악녀 김미숙, 태주를 향한 절절한 순애보를 드러냈던 장신영, 전직 조폭 출신으로 태주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류승수 등의 활약이 빛났다.
‘황금의 제국’은 욕망의 싸움터에 뛰어든 장태주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국내 굴지의 재벌 가족사와 후계다툼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결국 장태주의 자살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황금의 제국’은 돈과 권력을 향한 야욕 그리고 승자독식사회에 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아이닷컴 조현주기자 jhjdh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