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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름다운 거짓말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2.27일 09:45
살다보면 누구나 몇번쯤은 거짓말을 하게 되고 또 거짓말에 속고 속히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그 수많은 거짓말들은 잊혀진다. 하지만 단 한가지 거짓말만은 세월의 비바람속에서도 색바래지 않는것 같다. 설령 천지개벽이 일어난다 해도 대를 이어 영원히 세간에 그 거짓말이 되풀이될것 같다. 그것은 바로 녀인의 거짓말 즉 고부사이에 심심찮게 오가는 《친딸, 친엄마》처럼 여긴다는 말이다. 실생활에서 과연 그 말이 얼마나 통할가?

우리 집엔 며느리가 셋이 있다. 우리 남자들이 보기엔 평소 고부사이가 별다른 점이 없고 서로 잘 어울리며 맞물려 돌아가는것 같았다. 그러나 좀 세심히 살펴보면 꼭 그런것만은 아니였다. 큰일은 젖혀놓고 사소한 일만 봐도 고부사이와 모녀지간이 보는 시각과 분위기가 확― 달랐다.

아마 여러해전으로 기억되는데 어느날엔가 어머님이 나에게 한 말씀이다. 한번은 어머님이 친손녀와 외손자를 데리고 동네 마실을 다니다가 외손자녀석이 발목이 아프다고 하여 외손자를 등에 업고 친손녀는 손목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면바로 며느리와 맞띄울줄이야. 해해 웃던 얼굴이 단통 굳어지더니 《친딸이 그런 일에 맞띄우면 그저 쓱― 넘어갔겠는데.》라고 비꼬아서 말하더라고 했다. 기실 어머님의 본의는 그런것이 아니였는데 며느리가 오해했다고 한숨을 내쉬였다. 또 설명절에도 딸은 군소리 없이 설겆이하건만 며느리는 응당 해야 할 일임에도 괜히 덜그렁거리고 같은 말에도 딸과 며느리의 반응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한탄했다.

그럼 며느리는 어떻게 생각할가?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서운한 점이 따로 있었다. 언젠가 어머님이 손자들에게 소비돈을 주는데 유독 외손자에게만 한장 더 얹어주더란다. 또 딸이 친정집으로 다녀갈 때면 이것저것 챙겨 보따리를 자꾸 만들어도 흡족해하지만 며느리가 친정집으로 갈 때면 뭘 가져가나 살펴보며 입속말로 뭐라 하시는데 마음이 너무 언짢았다고 했다. 한마디로 고부간에 서로 《친딸, 친엄마》처럼 여긴다던 말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요 입에 발린 빈소리라고 나는 점찍었다.

한집에서 살면서 고부사이가 랭랭하고 매끄럽지 못하면 온 집안 분위기도 어색하고 불편했다. 고부사이엔 그 무엇으로도 영원히 메울수 없는 깊고깊은 골짜기가 놓여있어 고부간에 모녀처럼 지낸다는것은 그 확률이 아주 낮았다.

녀인의 일생에서 영원히 지울수 없고 앗아갈수 없는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친정집에 대한 의존심리이다. 우리는 긴 세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아직도 남존녀비사상이 지배적이고 친정집에서도 시집간 딸은 출가 외인, 엎지른 물로 간주하고있다. 그래도 녀인마다의 마음속엔 자기를 낳아준 부모님에 대한 영원한 귀속감과 무한한 그리움, 무조건 순종하는 잠재의식이 숨어있었다. 이런 잠재의식은 무의식적으로 남편 부모집을 당연히 남의 집으로 여기며 늘 거리감을 두고 불안해하였다. 하여 만약 남편측에서 좀 소홀하면 천하 없는 큰일로 되였다.

고부사이에 친모녀처럼 될수 있다는것은 어쩌면 세세대대로 전해내려온 아름다운 전설이며 아름다운 거짓말인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고부지간에 친모녀처럼 지낸다는 말이(실제 그렇게 지내는 고부들도 있다) 대를 이어 전해왔을가? 그건 바로 한가정에서 고부사이가 화목해야만 온 집안이 평온하고 번창할수 있고 더 나아가 그 민족과 나라가 번영하고 창성할수 있다는것을 녀인들이 너무 잘 알고있기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녀인들의 뛰여난 슬기로움과 지혜를 엿볼수 있다. 우리의 생활에서 녀인들의 이런 총명과 아량은 소박하고 진실하며 행복에로 통하는 무지개다리이다.

나는 세월이 퍼그나 흘러서야 비로소 녀인의 거짓말의 귀중함을 알게 되였다. 나 역시 어느 우연한 기회에 녀인의 총명과 지혜를 얼마간이라도 알게 되였다. 이제야 고부지간에 《친딸, 친엄마》처럼 지낸다는 말이 세세대대로 전해내려온 그 리유를 좀 알수 있고 녀인들의 이런 각고의 노력에 머리를 숙이게 되였다.

녀인들의 이 아름다운 거짓말속에 우리의 행복이 숨어있다. 거짓말이지만 너무 아름답고 수많은 추억과 그리움이 깃들어있기에 이 세상은 더 밝게 빛나며 생기로 충만되여있는것이다.

/안송철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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