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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새천년전후 중국조선족 한문창작의 현황과 전망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2.27일 09:35
[문단기획- 새 천년 전후 조선족문단 진단(3)]

1.중국조선족문학에서의 한문(汉文)창작의 전통과 그 위상의 변천

중국조선족문학은 이민초기(19세기말―1919년)부터 조선민족어에 의한 문학창작이 전통적인 지위에 오르게 되면서 지난날 문학어 사용에서의 이중구조를 청산하는 길로 나아가게 되였다. 하지만 한문창작이 갖고있는 오랜 전통으로 말미암아 이민초기와 이민중기(1920년―1931년)의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 여전히 상당히 중요한 위상을 갖고있었다. 이를테면 중국조선족문학의 원조로 일컬어지고있는 김택영, 신정, 신채호 등의 창작은 대부분 한문으로 이루어졌다.

해방후의 중국조선족문학사에서도 조선어에 의한 창작이 절대적으로 주도적지위를 차지했지만 한문창작이 모두 증발해버린것은 결코 아니였다. 이를테면 리욱의 한시창작이나 리근전의 한문에 의한 소설창작이 그 단적인 사례로 된다. 그러나 개혁개방전기까지 한문창작은 구조적으로 볼 때 전반에서 아주 적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조선어에 의한 문학창작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였다.

우리가 백년 남짓한 동안 중국에서 자기의 민족어로 문학창작을 견지하여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올곧게 지켜왔다는 점은 모든 조선족문학인들의 자랑이고 긍지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세상만사는 새옹지마라고 무엇이든 하나를 얻게 되면 또 다른 하나를 잃게 되는 법이다. 중국조선족문학은 모어(母语)창작을 주축으로 하는 민족어문학을 올곧게 지켜온 대가로 중국주류문단에서 거의 외면되고 오래동안 변두리 위치에 처해있었다. 하여 조선족문학에 대해 중국 주류문단과 주류사회의 독자들은 거의 모르고있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중국주류문학과 우리 조선족문학은 《서로 아는 사이지만 또한 서로 낯선 사이(似曾相识,又彼此陌生)》이다. 우리 조선족문학은 오래동안 자기의 좁은 생활공간, 문학공간속에 갇혀 자오자락(自娱自乐)하면서 《량호한 자아감각》에 도취돼왔다. 만일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우리 조선족문학은 중국주류문단에서 영원히《왕따》를 당할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러나 개혁개방 후기(1990년―지금)에 이르러서는 오래동안 침체상태에 있었던 한문창작이 다시 소생하여 상당한 세력으로 발전하고있다. 이처럼 조선족문학에서의 한문창작은 부침(浮沉)을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고있다. 개혁개방 이후 조선족 한문창작의 복귀는 전반 중국조선족문학에 있어서 불행중 다행이 아닐수 없다.

2.개혁개방 전기 중국조선족 한문창작의 복귀

개혁개방 전기(1978년―1989년) 중국조선족 한문창작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이는 최건과 남영전, 리근전 등이다.

이중에서도 특별히 주목할이는 《중국 록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나젊은 예술가 최건이다. 그는 1980년대 초반부터 한시창작을 통해 중국주류문학예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의《빈털터리(一无所有)》, 《붉은 천 한쪼각(一块红布)》 등 가사는 중국당대문학에서의 경전적인 작품으로 전 중국에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토템시(图腾诗)》로 등장한 남영전도 역시 한어로 시를 썼기에 중국조선족문학의 존재를 중국주류문단에 알리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조선족의 원로작가 리근전도 개혁개방 초기에 계속 한문창작을 견지하여 한어로 장편소설 《고난의 년대》, 《범바위》 등을 출판함으로써 중국주류문단에 조선족문학의 위상을 높이는데 이바지했다.

모어창작과 한어창작이란 《쌍궤운행》이 이미 초기의 문학에 나타난적 있었지만 광복이후 점차 모어창작이란 단일 궤도의 운행으로 바뀌였다가 최건, 남영전, 리근전 등 해방후 한문창작 선구자들의 노력으로 개혁개방 이후인 1980년대로부터 점차 다시《쌍궤운행》을 시작하게 되였다.


3.개혁개방 후기 중국조선족 한문창작의 흥기

개혁개방 후기에 들어서서 중국조선족 한문창작은 흥성과 발전의 한길을 걸어왔다. 특히 새 천년을 전후하여 한문창작을 통해 중국조선족문학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하고 그 위상을 크게 올린 김인순, 장률을 필두로 하여 천화, 김창국, 전용선, 전성광, 박상춘, 림아금, 아남 등 한문으로 창작을 하는 많은 조선족작가들이 용솟음쳐나옴으로써 중국조선족문단의 하나의 중요한 생력군을 이루었다.

이들의 수자는 아직 그리 많지 않지만 그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를테면 길림성의 조선족 녀류소설가 김인순은 중국주류문단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있는 대표적인 《70후 소설가》로 자리매김되였으며, 2012년에는 그가 한문으로 창작한 장편소설 《춘향》이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준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북경의 조선족영화인 장률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영화 《망종》, 《두만강》, 《중경》, 《당시》 등은 세계적인 영화축제에서 거듭 월계관을 따오면서 선전(善战)하고있다.

하지만 연변을 비롯한 중국조선족문단에서는 이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있다. 이런 실정을 감안하여 필자와 우상렬교수는 2012년 벽두부터 《연변문학》잡지에 《중국조선족 한문창작의 풍경선》이라는 코너를 개설하여 중국조선족작가들의 한문창작을 계통적으로 소개함으로써 모어창작과 한어창작 사이의 상호 소통과 상호 교류를 통한 중국조선족문학창작의 정합(整合)과 통일을 꾀하고있다.

그러면 중국조선족의 청소한 한문창작대오가 이처럼 규모가 작지만 그에 반해 중국주류문단의 인정을 받고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두말할것 없이 한어로 창작했기때문이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의사소통이요 사상과 감정의 교류이다. 우리의 모어창작이 오랜 력사와 거대한 창작의 량을 갖고있지만 중국주류문단에서 소외되여 변두리화된 원인 역시 언어매체의 제한성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4.향후 중국조선족 한문창작에 대한 전망

오늘날 우리 조선족문학의 중국에서의 위기상황을 《장자•외물(庄子•外物)》에서 나온 《학철지부(涸辙之鲋)》, 즉 《수레바퀴자국에 괸 물에 갇혀있는 붕어》의 우화를 빌어 묘사할수 있다.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강과 호수에 있던 우리의 조상들은 일제의 식민지배라는 홍수의 시대에 부득이 일본침략이라는 수레바퀴의 흐름속으로 끌려들어 중국의 동북지역에 정착하게 된것이다. 큰물이 빠진후 강과 호수로부터 떨어진 수레바퀴자국 웅뎅이속에 우리 조선족은 남았다. 특히 요즘은 가장 큰 조선족집거구인 연변의 조선족농촌의 공동화, 조선족인구의 격감, 대량적인 해외와 국내 연해지역에로의 진출 및 그로 인한 조선족교육의 쇠퇴 등 렬악한 사회적여건으로 인해 지글지글 물은 말라간다. 이 협착한 《수레바퀴자국에 괸 물에 갇혀있는 붕어》들은 산소부족에 허덕이면서 단말마적으로 수면으로 얼굴을 내민다. 이리하여 우리 조선족문학의 생존환경은 날로 험악해져가고있다.

우리는 반드시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 출구전략에는 두가지 방도가 있다. 하나는 우리의 모어창작의 사상예술적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정품력작(精品力作)을 많이 창출함과 동시에 그것을 한어로 번역하여 중국에 널리 알리는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조선족 한문창작을 우리의 민족문학체계속에 편입시켜 우리 문학의 구조개혁을 시도하는것이다. 즉 단일한 모어창작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서 모어창작과 한어창작의 《쌍궤운행》이란 이중적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조선족문학인 내부의 가능성 있는 문인들이 한문창작의 길로 나아가는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이들의 한문창작을 너그럽게 대하면서 우리 조선족문학에 편입시켜야 할것이다. 우리 조선족작가들의 한문창작은 속인주의(属人主义)나 속지주의(属地主义) 원칙으로 보아도 모두 분명히 조선족문학에 속하기때문이다. 이렇게 하는것이 바로 수레바퀴자국에 고인 물속에 갇혀 말라죽어가는 《붕어떼》들을 흐르는 물과 넓은 호수에로 헤염쳐가게 하는것이다.

사실 중국조선족의 한문창작은 일부러 권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진척돼가고있으며 또한 갈수록 심화돼갈것이다. 이는 어쩌면 13억을 웃도는 다수민족의 망망대해속에서 살아가는 소수자의 문학인 중국조선족문학앞에 놓여진 불가항력적인 필연적 추세일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한어창작만을 권장하고 우리 말과 글에 의한 모어창작의 끈을 놓아버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절대 안될것이다.

향후 과경민족(跨境民族)의 중국조선족문학은 문학어 사용면에서 필연적으로 모어와 한어 겸용의《쌍궤운행》, 쉽게 말하면 두다리로 걷게 될것이다. 하지만 설사 우리 조선족작가들이 한어창작을 하더라도 조선족의 경험, 조선족의 사상과 감정을 포기하여 주류민족문학에 동화돼가는 경향은 가급적으로 피면해야 할것이다.

필자는 중국조선족의 한문창작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믿어마지 않는다. 물론 아직도 중국조선족의 한문창작은 조선족의 모어창작에 비하면 미약하고 전반 중국주류문학에서도 아주 미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필자는 오늘날 중국조선족의 한문창작을 생각할 때마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구약성서》 《욥기》에 나오는 이 명언을 머리에 떠올리군 한다. (끝)

/김관웅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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