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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의 초상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8.28일 09:37
엄마는 금년에 89세입니다.

지금은 연길 어느 양로원에 계십니다. 내가 농촌에 있는 엄마를 모셔올 때만 해도 엄마의 신분증이 없어진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후에 알았을 때 나는 운신도 바로 못하는 엄마가 호구부만 있으면 되지 그깟 신분증이 없으면 말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몇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파출소에서 양로원에 인원조사를 내려가면서 엄마의 신원을 밝혀서야 나는 비로소 엄마는 서류상으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였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이미 사망된 사람이였습니다.

알고보니 제2대 신분증을 내지 않은 탓으로 자연 삭제된 상황이였습니다. 그때에야 나는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신분증이 없으면 세상 뜬 다음에 화장하기도 힘들다는 말에 나는 엄마의 신분증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부랴부랴 왕청 정무청사로 찾아갔습니다. 유관인원에게 사연을 말하였더니 본인이 오지 못하면 규격된 사진을 찍어와야 한다고 하기에 나는 돌아서고말았습니다.

이튿날 나는 카메라를 들고 양로원에 가서 난생처음으로 엄마를 렌즈에 담았습니다. 렌즈안에 들어온 엄마는 바로 내 눈앞에 있었습니다. 나는 엄마를 그렇게 가까이 놓고 본적 없었습니다. 나는 엄마의 머리카락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순간 내 눈앞에 나타난것은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한수의 서글픈 시였습니다.


하얗게 시린 달빛이

눈서리 차가운 처마에 올라앉아

하얀 고드름으로 반짝입니다


고달픈 삶의 수레가 지나간

서러운 눈자위는 이젠

마른 웅뎅이로 깊게 패워있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상기도

숯가마 타던 뜨거운 열기가

벌겋게 태워져 파란 연기로

코구멍을 달굽니다


벌써 치아가 다 빠진 입은

알 빠진 마른 솔방울 되여

지독한 사막같은 밤의 고독을

꽈악 물어넘깁니다


눈에 들어오는 빈 벼껍데기처럼

자식들에겐 한평생 거름이 되여버린

마른나무의 떡잎 한장 바라보노라니

눈이 먼저 가슴이 아립니다


나의 눈길은 엄마의 얼굴에서 점차 가슴께로 내려옵니다.


누나들과 형과 나와 동생들을

먹여살린 젖가슴이였습니다

자식들이 커가며 나날이

말라가는 젖가슴이였습니다

자식 열이서 매달려 파먹은

젖가슴이였습니다


그러던 그 젖가슴이 언제부턴가는

무덤으로 변하였습니다

누나들 다섯이나 묻고도

형까지 묻어버린 무덤이였습니다

가토도 벌초도 할수 없는 무덤

그 무덤은 이제 봉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눈뿌리 찡―해납니다.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이제 나의 오른손 식지는 샤타를 누를 때입니다.

찰칵! 찰칵! 찰칵!

나는 여러번 누릅니다.

그렇게 엄마는 내 눈에 들어옵니다.

별로 잘하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오래 사신걸로 딴엔 그래도 자격이 있는 자식이라고 생각한것이 그처럼 부끄러운 시각입니다. 신분증을 잃어버린것도 자식들의 불찰이고 제때에 다시 만들지 않은것도 자식들의 책임이였습니다. 어쩌면 그만큼 자식들의 안중에서 엄마가 사라졌다는 말로도 풀이되는줄로 생각됩니다.

그러한 자책으로 나는 카메라를 얼른 놓지 못합니다. 나는 또다시 렌즈에 눈을 모읍니다. 그리고 또다시 샤타를 누릅니다.

찰칵! 찰칵! 찰칵!

그렇게 나는 엄마를 눈이 아닌 가슴에 넣습니다. 이제 엄마가 자식의 가슴에 들어올 때인가 봅니다. 나는 엄마를 가슴속에 꽁꽁 품어넣습니다.

/김정권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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