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확보하기 위해 부모님을 직접 설득하는 ‘오야카쿠(親確)’에 나서고 있다고 NHK가 13일 보도했다. ‘부모(親)에게 확인(確認)한다’의 약자인 오야카쿠는 기업들이 지원자에 대한 채용을 확정하기 이전에 부모의 허락을 받는 것을 뜻한다. 경기회복과 고령화 추세가 맞물리면서 일본에서는 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입사하지 않는 지원자가 증가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야카쿠에 나선 기업들의 다수는 중소업체들이다. 도쿄(東京)의 한 벤처기업은 최근 내년 입사 예정인 채용 합격자들의 어머니, 아버지를 회사에 초청해 업무 현장을 보여주고 회사의 재무상태 등을 설명했다. 사장이 직접 부모의 의견을 들어보는 간담회를 열고, “불안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명함을 전달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에 입사지원자를 소개하는 한 인력회사는 기업의 최종 면접에 앞서 지원자의 어머니나 아버지의 입사 승낙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의 부모가 해당 기업과 관련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을 조사해 기업 측에 전달한다.
업계에서는 “회사의 규모가 작다”거나 “대기업에 갔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반대 탓에 중소기업 취업을 재고하는 합격자들이 많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일본 학생들의 다수는 취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의견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NHK가 보도한 2015년도 졸업 예정자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기업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영향을 받은 사람’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1.9%가 아버지 또는 어머니라고 답했다. 기업의 인사·채용 담당자(42.2%), 친구·지인(33.7%)이라는 응답은 큰 차이로 밀렸다. 자녀의 취업에 관여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합격자의)보호자로부터 직접 문의가 있었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46.4%로 절반 가까이 됐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일본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블랙기업(직원을 착취하는 악덕기업)’, 과로사 등이 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미카와 고이치로(兒美川孝一郞) 호세이(法政)대 교수는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시험, 진학 등에서 모두 관여하고 있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취직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생각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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