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기자] 등에서 칼이 돋아나는 남자라는 독특한 설정을 들을 때부터 사실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하긴 했다. ‘엑스맨’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에 유명 히어로 물과 같은 제목까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과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솟아나며 기대 반, 우려 반을 안겼다. 그 결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KBS 2TV 수목드라마 ‘아이언맨’(극본 김규완 연출 김용수, 김종연)이 조용히 막을 내렸다.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극복해낸 두 주인공은 이별을 한 후 다시 재회를 했다. 두 사람의 벅찬 마음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신으로 표현돼 판타지 ‘로코’ 다운 마지막을 장식했다.
‘아이언맨’이 그려내고자 하는 주제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상처투성이 남자와 그를 감싸 안는 따뜻한 여자의 사랑, 그리고 무너졌던 가족관계의 회복은 현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만한 ‘착한’ 매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역시 발목을 잡은 것은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설정-소재였다.
처음 ‘아이언맨’의 제목을 듣고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것은 일종의 히어로물이였다. 다양한 소재의 장르물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몸에 칼이 돋아나는 남자’라는 설정 자체는 오히려 신선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몸에 칼이 돋아난 남자가 밤마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혹 이런 식의 이야기가 진행됐다면 오히려 흥미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패인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의 줄거리와 이 소재가 제대로 봉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주홍빈(이동욱 분)은 몸에 칼이 돋아나야했나? SF의 세계에서 보자면 ‘엑스맨’은 돌연변이이기 때문이고 ‘아이언맨’은 그 자신의 직업이 무기를 만드는 군수업자라 자신을 위한 슈트를 만들 수 있었다. 비록 이 드라마가 판타지 '로코'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어 논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이언맨’ 속 주홍빈이 왜 몸에 칼이 돋아나는지는 보는 이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없었다. ‘상처로 인한 것’이라는 두루뭉술하고 시적인 이유 뿐이었고, 이는 '오글거림'을 양산했다. 정교한 CG기술까지 동원돼 만든 칼날이 남자주인공이 가진 상처를 상징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역할이 없었던 것 역시 아쉽다.
결국 실험은 독이 됐다. 실험적인 소재를 빼고 ‘로코’로만 드라마를 만들었다면 오히려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마저 든다. 그 밖에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이동욱은 역시나 믿고 보는 연기를 보여줬고, 신세경은 연기 변신으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한은정, 김갑수, 이미숙, 한정수, 신승환 등 배우들은 적재적소에서 제대로 활약하며 드라마 속 세세한 재미를 높여줬다.
한편 ‘아이언맨’ 후속으로는 이성재 서인국 조윤희 김규리 등이 출연하는 ‘왕의 얼굴’이 방송된다. ‘왕의 얼굴’은 서자출신으로 세자 자리에 올라 피비린내 나는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끝내 왕으로 우뚝 서게 되는 광해의 파란만장한 성장스토리와 한 여인을 두고 삼각관계에 놓이게 되는 아버지 선조와 아들 광해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사극이다. 19일 9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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