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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의 거울이다

[온바오] | 발행시간: 2015.11.02일 00:00

10월의 마지막 밤이 다가오고 있다. 만추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마음을 물들이고 있으며, 하늘은 파랗고 높으나, 불어오는 바람은 싸늘하여 옷깃을 여며야 한다. 이제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한 해가 저물어 감에 대한 애상에 젖을 시기에 때아닌 역사 전쟁으로 국내는 시끄럽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동북 공정에 의한 고대사 왜곡, 일본의 20세기에 벌어진 침략 전쟁에 대한 사실 왜곡과 자기 미화 등으로 국민들을 흥분시킨 이웃 나라와의 역사 전쟁이었다. 사실 중국의 동북 공정이야 고대사의 한 부분으로서 명확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는 편법이라고 한다면,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인한 주변 국가의 인권유린 및 학대한 사항은 아직 살아 있는 목격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부정하고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명분은 무엇인가? 자국민 특히 자라나는 젊은 학생들에게 선조들의 부끄러움 보다는 자랑스러운 부분을 강조하여 사기와 긍지를 높여서 국가의 희망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좋은 취지다. 그런데 피해를 당한 이웃 나라 입장에서야 어디 될 말인가? 그럼 무엇이 정답인가? 역사를 사실 그대로 기록하고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국내의 역사 교과서 논쟁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지금까지 국사 교과서의 문제는 무엇인가? 7가지의 검인정 교과서는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채택한 것인가? 그 교과서를 집필한 저자들은 무자격의 사상이 불온한 사람들인가? 그렇다면 정부 기관은 이렇게 중요한 사항을 왜 법적 조치 하지 않았는가? 혹시 일본의 경우처럼 특정 세력이 역사적 사실 속에서 쓴 것은 버리고 자기 입맛에 맞는 반찬만을 취하려는 편식의 시도가 아닐까? 그럼 결과는?

여기 중국의 역사적 고사 속에 펼쳐 진 유사한 사례들을 참고 해 보도록 해보자.

첫 번째 얘기는 列國志에 묘사된 춘추전국시대의 濟나라 에서 발생된 고사다.

당시 군주는 제장공이었는데 행동이 방약무인하고 백성들의 안위는 멀리하고, 여색을 너무 밝혀서 본인의 비서실장 격인 최저라는 중신의 아내를 수시로 희롱하고 처음에는 몰래 사통하였으나, 나중에는 버젓이 최저의 아내를 희롱하였다. 최저는 분노하였고 결국 혼음의 군주를 살해하고 허수아비 군주를 내세워 정권의 실권자가 되었다. 정권을 장악한 최저는 후세의 평가와 기록이 궁금하였으며, 그는 그 평까지도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

최저는 태사를 불러 사초의 열람을 요구하였다. 원칙적으로 사초는 당대의 군주나 집정관이 볼 수 없었으나, 무서운 실세 최저의 명인지라 제장공의 죽음에 관한 사초를 보여 줬다. "여름 5월 최저가 군주를 시해 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최저는 분노하였다. '시해' 란 신하가 군주를 죽였을 때 쓰는 말로서 반역의 뜻이 담겨 있다. 최저는 사관에게 "나는 아내를 훔친 도둑이나 다름없는 부랑배를 죽였는데 왠 '시해' 인가? 죄인을 죽였다는 의미의 ' 주 (誅)' 나 '극 (殛)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 사관이 답하길 우발적이 아니고 계획적이기 때문에 '시해' 가 맞다 는 주장이다. 태사는 살해당하고 사초는 불태워 졌다. 당시 사관은 임명제가 아니고 계승 제였다.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이어받았고, 형이 죽으면 동생이 사관을 이어 받았다. 태사의 동생이 사관 직을 이어 받았다. 그는 관직을 이어받자, 형이 썼던 그대로 시해라고 표기하였다. 그리고 살해 당했다. 셋째 동생이 직을 이어 받았으며, 동일하게 사실을 기록하고 역시 살해 당했다.

그리고 최저는 스스로 생각하길 "이제는 감히 못쓰겠지.." 라고 생각하였으나, 넷째마저도 동일하였다. 이제 질린 것은 최저였다.

죽여라! 라고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에 간절하게 호소하였다. " 네 형이 세 명이나 다 죽었는데, 너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목숨도 살려 주고 영화를 주겠다" 하였으나, 넷째가 답하길,

" 史實을 바른대로 쓰는 것은 사관의 직분입니다. 자기 직분을 잃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습니다. 재상께서는 저 晉 나라의 동호직필(董狐直筆) 이라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까? 권력으로는 史職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설사 내가 쓰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이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 아무리 해도 재상이 저지른 일은 감 출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자,

최저는" 내가 혼음 무도한 군주를 죽인 것은 나라와 백성을 위한 것이다, 비록 자네는 그렇게 사실을 적더라도 후세 사람들은 나의 진심을 이해 해 줄 것이다" 라고 한탄하며 사관을 죽이지 않았다. 최저는 과연 나쁜 일만 한 것일까? 본인 말대로 백성에게 백해 무익한 군주를 죽이고 정국을 안정 시킨 공로가 있지 않을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군주를 시해한 것이 더 큰 일이었다. 요즘으로 본다면 최저 측에 대항 하는 반골 세력이라고 매도 당할 일이다.

두 번째 얘기는 정관의 치 (貞觀의 治)로 유명한 역사적인 현군 당 태종에 관한 고사다.

당 태종 이 세민은 중국 역사상 손가락에 꼽히는 훌륭한 황제지만, 그의 아킬레스건은 '현무문의 변'으로 일컬어 지는 쿠테타로 형님과 동생을 죽이고 황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 세민이 형제를 죽인 不仁 보다는 조급하고 정권욕에 불탄 형님과 동생의 잘못을 적시하고 있지만, 당시 황제의 몸으로 있는 이 세민은 은근히 역사가의 필봉이 궁금하고 두렵기도 하였다.

당시의 역사 정리를 담당하였던 신하는 재상이었던 방현령인데, 어느 날 당 태종이 사초 공개를 거부하는 방현령에게 질문하였다. " 무엇 때문에 본국의 국사를 황제가 친히 볼 수 없게 막는 것이오? 나는 당신이 편찬한 국사를 보고 싶은데 가능한지 모르겠소? " 방현령이 답하길, " 국사는 사실대로 편찬해야 합니다. 어떤 부분은 황제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황제를 비판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황제가 직접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지요." 라고 하였다.

사실 당 태종과 방현령의 사이는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제갈공명처럼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혁명을 도모하고 정관의 치를 이룬 절대적인 공생 관계였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데는 공과 사를 분명히 하였다.

세 번째 얘기는 역사서의 산 증인, 사마천(司馬遷)의 고사다.

사마천은 중국의 만리장성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하는 불굴의 역작 史記의 저자다. 사마천은 漢나라 武帝 시절 대를 이은 사관의 집안 후손으로서, 아버지 태사공이 죽자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을 물려 받은 인재다.

사마천은 당대의 황제 한무제와 악연의 관계다. 악연의 게기는 당시 흉노족을 정벌하러 간 장수 중, 이릉이라는 장군이 전쟁 중 분투하였으나 결국 흉노에 붙잡혀 포로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여서 궁중 내에서는 이릉의 전 가족을 몰살해야 한다는 상주가 빗발쳤다. 그렇게 모든 신하들이 적대적으로 이릉을 비난했던 또 다른 배경에는 흉노 정벌 실패 책임의 대장군인 이광리가 무제의 비빈 중 한 명의 친척이기 때문에, 무제의 눈치를 감안한 전쟁 실패의 책임 전가 성 성격이 강한 탓이었다. 그런 흉흉한 조정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사마천 만이 분연이 일어서서 이릉을 변호하였다. 그리고 무제로부터 군주를 능욕하였다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당하게 되었다. 강직한 사마천의 입장으로서는 너무나도 억울한 일이었다. 당 시 법규에는 사형 판결 시 피의자가 대응 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였다. 하나는 그대로 사형당하는 것, 둘째는 수 십만 금의 돈으로 속죄하는 방법, 셋째는 남자의 거시기를 제거당하는 궁형의 처벌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사마천은 돈은 없고, 사형을 당하자니 가슴속의 한이 맺혀 결국 비열한 궁형을 선택하였다. 그는 이후 이런 비극을 바탕으로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되 뇌이며 인류의 보편적 과제인 인간의 운명과 인생의 의미, 처세의 태도, 인간 관계 등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폭넓게 묘사 하였으며, 특히 "역사는 승자의 편이다" 라는 속설을 배제한 채 불우한 영웅 호걸들에 대한 애증과 진실을 표현하여 만고 절창의 역사적 보고를 만들어 냈다.

자, 그럼 역사의 주인공인 한무제와 피해자이면서 한무제를 평가해야 하는 사마천의 관계는 어떠하였을까?

최근 중국 국영 티브에서 방영된 '한무대제'라는 사극의 첫 장면은 한무제와 사마천의 대화로 시작된다.

" 짐은 그대가 쓴 책을 보았다. 너는 짐이 너를 죽이기를 바라겠지, 그리고 천추 만대가 모두 너의 충성과 절개를 찬양하고, 짐을 폭군으로 욕하기를 바라겠지.. 하지만 너는 이 책을 가지고 가도 좋다. 어떤 이들은 짐에게 이 책을 태워 버리라고 말했지만, 짐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짐은 너의 책을 국가의 정사로 삼을 수는 없지만 한 사관의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사마천과 무제의 애증의 관계를 드러내는 말이다. 사실 한무제야 중국 역사상 위대하고 총명하며, 할아버지, 아버지의 '문경의 치'를 이어받아서 60여 년간 통치하면서 전한 시대의 꽃을 피운 황제이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긴 통치 기간 동안 과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는 지나친 여색과 장수 불사를 누리려는 장생의 술에 탐닉하였고, 권력 유지에 대한 지나침으로 태자를 죽이고, 안정적인 후계자 보호를 위해 무고한 태자의 어머니를 죽이는 등 정치적인 명암이 극명하였다. 이런 무제의 공과에 대해서 사마천은 객관적이면서도 조금은 비판적인 시각에서 사기 本記 중 마지막 현재의 황제에 대해 서술하였다. 죽음을 불사한 대단한 용기의 발로다. 그래서 한무제는 괘씸하여 사마천을 죽이고 사기를 불태워 버리려고 생각도 하였지만, 결국 사기를 남겨 두고서 한 사관의 개인 기록으로 남겨 질것으로 폄하하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사기는 중국 역사서의 태두가 되었다.

현대는 민주주의, 자유와 인권,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다. 그런데 살벌하게 역사 결과의 획일성을 주장한다. 그것도 본인들의 가족사를 위해서..

전제 군주 시대의 군주나 황제의 말 한마디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살해당하는 그 살벌한 시대에도 사관의 붓끝은 살아 움직였다. 그래서 오늘의 역사가 살아 움직이는지 모른다.

만약 사건의 피의자가 재판을 보고, 선수가 심판을 겸임하고, 수험 자가 스스로 채점을 하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재판을 한다면 공정 해 질 수 있을까?

역사적 기록은 과거의 사실을 거울에 비친 표상이다. 잘 생겼던 못생겼던 사실 그대로이다. 단지 보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왜, 아버지 얼굴이 잘생겼다고 전체에게 바락바락 강요 하려는 걸까?

정히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면 입맛에 맞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교과서를 서술하게 하고, 그냥 8번째 검인정 교과서로서 당당하게 선택 받고 평가 받으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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