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리흔 기자= 꽃다운 나이에 만나 아흔을 넘기도록 무려 70년 이라는 인생여정을 정답게 살아와 백금혼을 맞이해 백년해로 까지 기약한 조선족 부부가 있다.
남편 권오병(91)씨과 안해 강재분(87)씨가 바로 그 금슬이 좋은 부부인데 14일이 그들의 결혼 70주년 기념일이다.
반세기 넘게 아기자기하게 살아온 이 로부부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는 승용차로 거의 두 시간 동안 달려서야 로부부의 댁에 독착했다.
집에 들어서자 바로 안방에서 손을 꼭 쥐고 오순도순 앉아있는 두 로인의 모습을 목격했는데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양복차림을 한 권오병 로인은 실로 깔끔하고 름름한 모습이었고 강재분 로인도 다분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인데 두분 모두 나이보다 훨씬 정정해 보였다.
남편 권오병씨와 안해 강재분씨가 흑룡강신문을 열독하고 있다./본사기자
금혼도 지나 다이아몬드에 비견되는 백금혼을 맞이할 만큼 오랜 결혼생활을 해왔지만 두 로인은 큰 불화는 커녕 얼굴 한번 붉힌 적이 없다며 이젠 주름꽃도 아름답다고 한다.
흑룡강성 빈현 하동촌이라는 한 마을에서 태여난 두 로인은 부모의 명과 중매인의 말에 의해 혼사가 대부분 성사되는 세월에 자유련애를 했다고 한다.
당시 한 마을에 살면서 권 로인은 항아리로 강변에가 물을 깃는 강 로인을 자주 만날수 있었다. 한번은 노을에 곱게 물든 강변에 비쳐진 강 로인의 모습을 봤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뒤로 두 분은 사랑하고 연애했으며 1946년에 결혼했다. 그해 권오병은 20살이고 강재분 로인은 16살 이었다.
꽃보다 좋은 나이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서 즐기는 신혼생활은 깨알이 쏟아지고 행복이 넘쳤을 것이다. 두분도 역시 더이상 바랄것 없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만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2년 밖에 하지 못했다.
지난 40년대말 50년대초는 우리 나라의 건국에 이어 조선전쟁이 개전된 시기이다. 권 로인은 당의 호소에 응하기 위해 이미 임신한 안해와 작별하고1948년에 중국인민해방군에 입대했고 항미원조 지원군으로 조선으로 나갔다.
권 로인은 “당과 나라를 위해 이 몸을 바쳐도 원한이 없지만 고향에서 홀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농사일까지 하며 어린 시누이 공부까지 시키는 안해의 처지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남편을 전장에 보내고 갖은 생활고를 겪었던 나날의 이야기를 해주는 강재분 로인도 역시 중간중간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궁핍에 시달리고 떨어져 지내던 나날에 그들은 서로 편지로 그리움을 달랬고 강재분 로인은 편지를 받았을때 마다 남편이 전장에서 아직도 살아 있구나 하는 확인에 안도의 숨을 내쉴수 있었다고 한다.
권오병 로인은 “당시 포병대에 배치되어 싸웠는데 간고한 생활조건과 강적 앞에서도 추호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없었지만 고향에 계신 년로한 어머님과 안해 그리고 아장아장 걸음을 때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언어로 형용 할수가 없었다”고 하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조선전쟁의 휴전과 더불어 권 로인은 다행하게도 훈장까지 받아안고 영광스럽게 귀향했다.
두분은 전쟁으로 인해 떨어져 지냈지만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서로 신뢰했다. 심지어 70년이 지난 지금도 한결같아 배우자에 대한 그들의 헌신 정신은 자녀들의 향후 가정영위의 본보기로 됐다.
현재 두 로인은 큰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큰 아들은 전에 동안그룹에서 엔지니어로 활약하다가 몇년전 퇴직하고 현재는 집에서 부모님만 모시고 있는데 올해 68세이다.
그는 “부모님은 저희들 곁에서 늘 힘이 되어주시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아주 든든한 존재이다” 면서 ”지금도 어려운 일에 부딪치면 늘 부모님한테 여쭤본다”고 말했다.
두 로인은 슬하에 아들 딸 각각 2명인데 현재는 증손자 까지 보는 기쁨을 누리면서 만년을 보내고 있다. 평소에는 독서를 즐기며 흑룡강신문을 한기도 빼놓지 않고 열독한다고 한다.
그리고 해로에 대한 비결에 대해 강 로인은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신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로부부는 결혼때 일심동체 동고동락을 약속한 초심을 잊지 않고 70년 여정을 함께 걸어오면서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두 로인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기약한 백년해로도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