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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한류가 넘고 돈은 왕서방 주머니로?

[기타] | 발행시간: 2016.09.03일 04:04

중국 자본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흘러들어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일이 됐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한류 아이템이 좋은 돈벌이가 된다. 한류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인 것이다. 때마침 훌륭한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한국 업계는 돈에 목마르다. 서로의 이해가 딱 맞아떨어진다.

이렇다보니 YG, SM, FNC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물론 중소규모 기획사에까지 중국에서 투자 제안이 들어온다. 한 중소규모 기획사 대표는 “연예인을 몇 명 보유하지 않은 기획사에도 중국에서 러브콜을 보내온다. 투자 없이 운영하기 힘든 소규모 업체들에는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투자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면 오히려 기획사에 불리한 경우도 많아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韓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투입된 中 자본 얼마나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투자한 금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1억6130만 달러(약 1803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YG는 중국 최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위챗을 운영하는 IT 기업 텐센트와 중국 모바일 티켓팅 1위 기업 웨잉으로부터 8482만 달러(약 948억원)를 투자받았다.

텐센트와 웨잉은 1대 주주 양현석, 2대 주주 프랑스 L캐피털에 이어 각각 YG의 3대, 4대 주주가 됐다. YG는 이미 2년 전부터 텐센트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텐센트가 보유한 QQ뮤직에 YG 음악을 독점 유통해 왔다. YG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방송용 콘텐츠 공동 제작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합작회사를 설립해 YG 소속 연예인의 중국 활동 확대와 현지 연예인 발굴 등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대성공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도 중국으로부터 3600만 달러(약 40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한류스타 김수현이 소속된 키이스트의 2대 주주는 중국의 대형 포털 사이트인 소후닷컴이다. 2014년 150억원을 투자해 키이스트 지분 6.4%를 보유하고 있다.

‘프로듀사’ ‘오 나의 귀신님’ ‘올인’ 등을 제작한 초록뱀 미디어는 중국 DMG 그룹이 지분의 25%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먼저 개봉해 화제가 된 애니메이션 ‘넛잡’을 만든 레드로버는 쑤닝유니버셜미디어가 지분의 20%를 가졌다. 초록뱀과 레드로버 모두 중국 기업이 최대주주다. 쑤닝은 FNC엔터테인먼트와 합작법인 ‘상해홍습문화전파유한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드라마 ‘송곳’의 공동 제작사이자 배우 이미연, 김현주 등이 소속된 씨그널엔터테인먼트는 중국 광고전문기업 화이자신그룹이 최대 주주로 오르게 될 전망이다. 화이자신은 씨그널에 215억원을 투자했다. 배우 주원, 김윤석 등이 소속됐던 심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제작사 화이브라더스에 인수되면서 소속사 이름도 화이브라더스로 바뀌었다.

노하우·인력·지적재산권이 중국으로

돈을 쓴 중국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팔리는 작품’만은 아니다. 중국 기업은 궁극적으로 숙련된 인력, 그들의 노하우, 그리고 지적재산권을 얻기 위해 투자를 한다. 한 드라마 제작사 임원은 “규정상 중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한국 인력은 소수로 제한된다. 중국은 가장 탁월한 한국 인력 몇몇만 중국에서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한편 노하우를 빼내 가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하우뿐 아니다. 중국 기업마다 투자 조건으로 지적재산권을 요구하고 있다. 한 작품이 끝난 뒤 생기는 추가 수익에 대한 권리를 가져가겠다는 뜻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는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대표의 증언은 귀 기울일 만하다. 그는 “계약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니 알맹이만 쏙 빼가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갖은 명목으로 중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라도 하면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은 결국 한국 업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각종 규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외국 드라마와 영화가 인터넷 등에서 방송되려면 중국 정부가 주는 전파권을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방영 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드라마나 예능이 중국에서 방송되려면 반드시 사전제작을 해야 한다. 중국 내 유통을 위해 중국의 입맛에 맞는 방식, 내용 등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반면 중국 기업의 한국 활동은 제약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중국 자본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지분을 최대 49%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기회’라는 의견도 팽팽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뿐 아니라 문화산업 인력들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 20년 넘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해 온 김원동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 자본이 들어오면 ‘투자 유치’인데 중국 자본에 대해서는 ‘종속’이라고 말한다. 인재가 미국에 가면 ‘진출’이고 중국에 가면 ‘유출’이라고 폄하한다”며 “이런 이중적인 잣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한국 인재들이 중국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글=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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