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 2차전을 국내 지상파 TV로는 보지 못하게 됐다. 온 국민의 관심사인 월드컵축구 최종예선전이 지상파로 중계되지 못하는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월드컵 최종예선전 중계권료 협상을 진행해 온 ‘코리아 풀(KBS·MBC·SBS)’의 스포츠 국장들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중계권 대행사인 월드스포츠그룹(WSG)과의 중계료 협상이 일단 결렬돼 오는 9일과 12일 카타르 도하(카타르전)와 경기 고양시(레바논전)에서 열리는 월드컵 최종예선 1, 2차전을 중계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방송 3사 스포츠국장들은 “WSG의 중계료 산정 기준이 잘못됐을 뿐 아니라 국내 TV광고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했다”고 중계 불발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방송 3사는 경기가 임박한 최종예선 1, 2차전의 중계는 불발됐지만 남은 최종예선전(3∼8차전) 중계를 위해 WSG와의 협상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차전의 경우 국내 경기인데다 5일간의 시간이 있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WGS가 코리아풀에 제시한 중계료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AFC주관 20경기(월드컵 최종예선전·아시안컵·올림픽 예선전)에 5200만 달러(약 624억 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당 31억2000만 원 수준이다. AFC는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간 32경기 중계료 3200만 달러를 근거로 60% 인상된 금액을 코리아풀에 제시했다.
전날(6일) WSG와 최종 협상에 나섰던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7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계료 협상은 패키지(AFC 주관경기)로 하는데 지난 7년간 32경기의 중계료를 기준으로 60%를 인상한 것은 산정기준도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중계권 대행, 재(再)대행 업체의 중계료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우리 측은 골든매치인 한·일전을 기준으로 경기당 약 13억 원을 제시했다.
원정경기의 경우 3억∼4억 원의 광고 수입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경우도 방송 3사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중계료는 경기당 6억 원 수준이었다.
축구계에서는 방송 3사의 중계권료 협상 결렬에 대해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AFC가 1993년에 WGS와 중계권료 판매 대행 계약을 맺은 후부터 중계권료가 폭등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국의 축구팬과 시청자들을 ‘봉’으로 보는 WGS의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도 그간 AFC 각종 회의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했지만 AFC는 묵묵부답이었다.
한편 WGS가 국내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별도로 중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모 종편이 월드컵 최종예선 1, 2차전을 단독 중계할 가능성도 있다.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