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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먹여 살릴 과학자] 홍합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만든 한국인 '대박'

[기타] | 발행시간: 2012.06.18일 03:01
[포스텍 차형준 교수]

홍합이 바위에 들러붙을 때 접착력 탁월한 족사 내뿜어 2㎜에 12.5㎏ 매달 수 있어

하이브리드 유전자 이용, 홍합 접착제 양산법 개발… 의료용 접착제 상용화 연구

"이 통 안에 홍합 300만마리가 들어있는 셈입니다."

세계 최초로 홍합을 이용한 강력 접착제 양산법을 개발한 포스텍 차형준(45·화학공학) 교수가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텍 연구실에서 사람 키 높이의 스테인리스 배양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실제 홍합에서 접착 단백질 1g을 뽑아내려면 홍합 1만마리가 필요합니다. 배양액 1리터에서 홍합 접착 단백질 1g이 나오니까 300리터짜리 배양기 한 대가 그만큼의 홍합과 맞먹는 것이죠."

배양기 속에선 홍합의 유전자가 이식된 유전공학 대장균들이 20~30분마다 한 번씩 세포 분열하면서 접착 단백질을 양산한다. 홍합은 바위에 들러붙을 때 실 모양의 '족사(足絲)'를 내뿜는다. 그 주성분이 접착 단백질이다. 지름 2㎜ 족사 하나에 12.5㎏짜리 물건을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여서 어떤 화학 접착제 보다도 접착력이 강하다. 특히 물속에서도 끄떡없고 인체에도 무해한 이 접착 단백질은 수분이 70%인 인체 조직을 치료하는 의료용 접착제로 안성맞춤이다.

세계 접착제 시장은 2014년 55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전량수입에 의존하는 의료용 접착제 시장은 매년 7.5%씩 성장하고 있다. 홍합 접착 단백질은 탁월한 효과에도 대량생산이 어려워 상업화되지 못했다. 천연 홍합 단백질은 1g에 7만5000달러를 줘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한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족사를 구성하는 6가지 단백질 성분 하나하나를 인공적으로 재현해 양산을 시도했지만, 본래의 강한 접착력을 내는 데 실패했다.

차 교수가 홍합 연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 이미 홍합 접착 단백질을 다룬 논문이 적잖게 나와 있었지만, 그 누구도 대량생산 기술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보고 도전의욕에 불타오른 것이다.

처음 3~4년간은 매일 아침 포항 죽도시장에서 싱싱한 홍합을 사와서 유전자 특성을 연구하느라 온 연구실이 홍합 비린내로 가득했다. 차 교수는 '하이브리드(잡종) 유전자'를 이용해 양산화의 길을 열었다. 다른 과학자처럼 접착 단백질 하나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두 가지의 유전자를 조합해 자연계에 없는 새 유전자를 만든 것이다. 이 유전자로 만든 단백질을 면적 1㎠에 40㎎ 발랐더니 10㎏의 물체를 지탱할 수 있었다. 이제 연구실에서 홍합은 완전히 사라졌다. 유전자 조작 대장균을 이용한 배양기가 그 모든 것을 대체했다.

2007년 '바이오 머티리얼'지에 차 교수의 논문이 발표되자 "누구도 생각 못한 아이디어로 홍합 접착제를 산업화할 길을 열었다"는 과학계 찬사가 쏟아졌다. 2010년 그는 다시 한 번 학계를 놀라게 했다. 액체 상태에서도 기존 접착 단백질보다 2배나 접착력이 센 홍합 접착제를 개발한 것이다. 딱딱하게 굳지 않아도 접착력이 유지되는 이 물질은 가는 주삿바늘을 통해 수술 상처에 뿌릴 수 있어 수술 봉합용 실이 필요 없게 만든다.

차 교수는 서울대에서 화학공학으로 학부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친 토종과학자다. 45세 이하의 젊은 연구자에게 주는 한국생명공학회 담연학술상(2007년), 국가연구개발 100대 성과(2008년), 송곡과학기술상(2010년)을 잇달아 수상했다. 지난해와 올해엔 포스텍 차세대 과학자, '세아 젊은 석좌교수'에 선정됐다.

차 교수는 "자연은 마르지 않는 아이디어의 샘"이라고 말한다. 액상 접착 단백질 아이디어도 홍합이 몸속의 고농도의 접착 단백질을 가는 관을 통해 분비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가 출원한 특허만도 40건에 육박한다. 차 교수는 올해 국제수준의 동물 임상 시험 시설을 갖추고 의료용 접착제의 상용화 연구에 돌입했다. "공학자의 가장 큰 소망은 자기가 했던 연구가 실생활에 이용되는 것을 보는 것"이라는 그는 이제 그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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