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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타임즈] 산체스, 절묘한 프리킥으로 아스날 구해

[기타] | 발행시간: 2017.04.18일 13:15

세레머니 중인 산체스와 아스날 동료들. ⓒPA Images/아이웨이미디어




미들즈브러 1 (네그레도 50’)

아스날 2 (산체스 42’, 외질 71’)




아르센 벵거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희미한 미소가 벵거의 입가에 감도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졌다. 승리감에 도취되기에는 일렀다. 어쨌든 아직 경기는 진행 중이었으니까. 그래도 아스날의 상처에서 흐르던 피는 일단 멎었고, 응급 처치는 했다고 할 수 있었다. 아스날의 팬들은 양가적인 감정으로 응원가를 불렀다. “당신이 아무리 형편없다고 해도 우리는 승리를 챙겨 간다.”


아스날이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소식에 흥분할 사람은 없었다. 물론 아스날의 승리가 미들즈브러의 실낱같은 잔류 희망에는 치명타를 입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한 번의 승리에 환호성을 보내기에는 이미 실망이 너무 컸다. 벵거의 거취와 관련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상황을 끌어온지도 오래 되었다. 아스날이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 대한 의문도 계속되어 왔다.


새로운 포메이션을 내세운 아스날은 알렉시스 산체스의 시즌 23호골에 힘입어 앞서 나갔다. 그러나 이내 예의 무기력한 아스날로 돌아가 불안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골 가뭄을 겪고 있는 미들즈브러가 마침내 동점골을 터뜨리자 아스날은 크게 흔들렸다. 메수트 외질이 추가골을 기록하며 원정 승리와 프리미어리그 6위를 확정짓기는 했지만 아스날이 경기력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느낌은 없었다. 승리라는 결과가 경기력을 정당화한다면 모를까.


누가 벵거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전술 변화를 가져갈 수 없다고 했던가? 자신만의 완벽한 축구 철학에 빠져 있어서 스스로의 신념을 굽히거나 바꿀 수 없다고? 벵거는 1997년 5월 이래 처음으로 스리백을 내세웠다. 1997년 5월이라면 그 스리백 가운데 한 명인 롭 홀딩은 만 두 살이 채 되지 않는 아기였으니, 그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선택한 전술적 진화라고 할 수 있겠다.


전술 변화는 “수비를 더 탄탄히 하기 위해서”라는 벵거의 설명에 따르면, 그 판단에 오류는 없었다. 지난 네 번의 리그 원정 경기에서 모두 세 골씩 실점했던 아스날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미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이번 시즌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지 않으려면 아스날은 뭐라도 해야 했다. 벵거는 전임 감독으로부터 스리백을 물려받았지만 이내 폐기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 벵거에게 스리백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으리라.



안토니오 콘테와 첼시의 비책이 이미 약점을 드러냈다고 하더라도 콘테와 첼시가 아니었다면 스리백이 다시 유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스날 역시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미들즈브러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스리백의 덕을 톡톡히 봤다. 스티브 애그뉴 임시 감독이 공격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들즈브러는 이번 시즌 리그 득점이 가장 낮은 팀다운 면모를 이어갔다. 미들즈브러의 공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스날 또한 힘겨운 전반전을 보냈다.


파비우는 전반전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직후 두 번이나 왼쪽에서 빠른 속도로 아스날 진영을 공략했다. 파비우는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에게 파울을 당해 교체되기 전까지 활발하게 움직이며 전방의 알바로 네그레도에게 공을 운반했다. 미들즈브러의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출전한 그란트 리드비터도 중거리슛을 날리며 미들즈브러에게 뒤늦게 희망의 빛이 비치는 듯했다. 강등권의 미들즈브러에게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었다.


아스날은 무언가 답답했다. 중원에서 점유율을 높이기는 했지만 번뜩이는 움직임이나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아스날에게 페널티킥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이던 와중에 다니엘 아얄라가 올리비에 지루를 넘어뜨렸던 것이다. 벵거도 터치라인 밖에서 항의했지만 끝내 페널티킥은 주어지지 않았다. 아스날의 후방은 그리 많은 위험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긴장되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프타임이 가까워지면서 아스날은 몇 번의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아론 램지의 슈팅은 안토니오 바라간의 선방에 막혔고 산체스의 움직임도 골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산체스가 선취골을 터뜨리며 아스날이 우위를 점하기는 했지만, 결코 아스날이 압도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미들즈브러의 수비가 느슨해졌을 때에도 아스날의 슈팅은 번번이 빗나갔고, 민첩하게 판단하고 움직였던 예전의 아스날과는 무언가 달랐다.


산체스의 골만이 예외였다. 미들즈브러의 수비벽을 넘기며 휘어져 날아간 프리킥이 골망을 가를 때, 브래드 구잔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산체스에게 골문의 반을 열어 준 구잔의 판단이 잘못됐던 만큼, 산체스가 좋아하는 위치에서 그라니트 자카에게 태클을 한 아담 클레이튼의 실수도 컸다. 구잔과 클레이튼의 실수는 차치하더라도, 산체스의 프리킥은 말 그대로 절묘했다. 목마른 아스날에게 오아시스와도 같았던 골이었다.


미들즈브러는 주눅들지 않았다. 의지나 에너지, 헌신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방에 고립된 공격수에게 공을 연결하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어갈 뿐이었다. 네그레도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수들을 교란시키는 유형의 공격수가 아니라는 것과 마무리에 있어서 그 동안 고전해 왔던 것을 생각하면, 미들즈브러의 동점골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후반전 5분에 터진 동점골은 아스날이 갈팡질팡하는 틈을 탄 미들즈브러가 예리한 공격 작업을 통해 얻어낸 결과였다. 중원에서 산체스의 패스를 차단한 미들즈브러가 아스날 진영으로 전진했고, 한 순간에 역습 기회를 맞았던 것이다. 오른쪽으로 넓게 벌려 있던 스튜어트 다우닝이 공을 몰고 올라와 나초 몬레알을 제친 뒤 크로스를 올렸고, 그저 공을 바라만 보고 있던 로랑 코시엘니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네그레도가 달려들고 있었다. 네그레도는 스터드로 공을 밀어 넣으며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스리백으로 새로이 견고함을 다지겠다는 이야기와는 맞지 않는 흐름이었다. 아스날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미들즈브러는 홈에서 활기를 되찾았으며 경기의 주도권은 넘어가고 있었다. 공간이 열리자 다우닝이 슈팅을 가져갔지만 크로스바 위로 벗어났다. 더 좋은 기회는 프리킥 상황에서 찾아왔다. 다우닝이 파 포스트를 향해 찬 프리킥을 조지 프렌드가 박스 안쪽으로 떨어뜨렸고 쇄도하던 아얄라가 다이빙 헤더로 이어갔지만 아슬아슬하게 막혔던 것이다.


미들즈브러는 아다마 트라오레를 교체 투입하며 계속해서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미들즈브러로 넘어온 주도권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경기 내내 이상하리만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외질이 드디어 등판했기 때문이었다. 산체스가 띄워 준 공을 램지가 가슴으로 받아 외질에게 연결했고, 외질이 니어 포스트로 공을 차 넣으면서 아스날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COPYRIGHT - THE TIMES, LONDON

기사제공 Th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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