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은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을 맞는 날이다. 연변은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를 전승하기 위해 수많은 문화 인재를 양성한 곳이다.
변강의 산골인 흑룡강성 동녕현 삼차구에서 태여난 나는 어려서부터 책을 읽기 좋아했다. 그러나 당시 조선문 책을 보려고 해도 어디가서 살 수 없는 상황이였다. 온 동네를 빗질하며 《춘향전》, 《 심청전》을 빌려다 보는 수 밖에 없었다. 소학교 6학년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학기마다 조선어, 산수 등 조선문 교과서를 보내주는 연변교육출판사에 감사의 편지를 써서 보내기로 했는데 초고를 쓰는 임무가 나에게 주어졌다.
그 후 얼마 안지나 연변교육출판사의 답장과 함께 《조기천선집》10책이 보내졌다. 반주임선생님이 초고를 쓴 나에게 먼저 책을 주셨다. 나는 목마른 사람이 물 마시 듯 걸탐스레 《 조기천선집》을 읽었는데 그때 문학에 어섯눈을 뜨게 되였다. 고중을 졸업하고 동녕현조선족중학교를 거쳐 삼차구조선족진인민정부에서 근무할 때이다. 당시 연변조선족자치주당위 선전부 부장 리정문과 연변대학 권철교수가 동녕현에 와 민간 문학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였다. 당시 내가 열흘동안 두분을 모시게 되였는데 문학지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동녕현을 떠날 때 리정문 부장은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한 《천지의 물줄기》란 책을 나에게 주면서 “삼민이, 책을 많이 읽고 작품을 써보오”라고 하며 나에게 힘을 실어다주었다. 그때로부터 나는 장장 30여년 동안 《연변문학》잡지를 주문했고 30여편의 시와 수필을 《연변문학》에 발표했다.
그 뿐만 아니다. 그 후 《길림신문》등 신문과《로년세계》, 《연변녀성》잡지에도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1990년대 《동북과학기술》신문사에서 주최한 ‘치부의 이야기’ 공모에 참가하여 1등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으며 재작년에는 500여명이 참가한 한국 ‘재외동포생활체험수기’공모에서 2등상을 타는 영광을 지니게 되였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내가 글짓기에 발을 붙이게 된 데는 풋풋한 인정과 따뜻한 가르침으로 쉼없이 나의 등을 밀어준 연변 문인들의 로고가 스며있다. 고희를 넘긴 나는 오늘도 ‘연변작가협회 회원증’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창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오늘 이 글을 빌어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 70주년을 맞으며 연변의 문인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 리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