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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옛날 설날, 지금 설날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2.09.17일 09:50
● 영길현 조선족제1중학교 김순옥

오래만에 시댁에 가서 설을 쇠기로 했다. 손주놈 재롱도 볼겸 가족의 정도 다독일겸. 전에는 설이 되면 일찍 시골에 있는 시댁으로 내려갔었다. 가서 차례상준비를 하고 집안청소도 하고 그릇도 닦고 송편, 시루떡, 순대, 식혜까지 준비했다. 때로는 시어머님께서 탁주도 만드셨다.

헌데 온 집안을 아무리 깨끗이 해도 지워버릴수 없는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부모님방 아래목에서 솜이불을 푹— 덮어쓰고 있는 메주의 냄새였다. 그 메주들은 그곳에서 시어머님의 정성을 듬뿍 담고 자식들의 집으로 배달되여 가군 했다.

설날 아침, 나와 맏동서는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 일찍 조상님들께 차례상을 차리고 애들을 이쁘게 단장시켜 시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7시전에 아침상까지 물려야 했다.

이 마을에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미풍량속이 있는데 젊은 남성분들은 일찍 아침식사를 마치고 마을의 년세 많은 노인님들께 세배를 드리러 다니기때문이였다. 시부모님은 세배군들을 반갑게 맞이하시며 곶감이랑 대추랑 먹을것도 권하셨다.

《몸 건강하시구, 장수하시게나.》

《올해두 몸 건강하구 돈 많이 벌게나.》

《올해는 장가두 들구 부모님 소원 들어 드려야지.》



오는 사람마다에게 덕담이 그치실줄 모르는 시아버님이시다. 항미원조 까지 갔다오시다나니 이 세상 풍상고초를 겪을대로 겪으신 분이라 그의 매 한마디 말씀은 귀가 솔깃해지는 진정이 다분한 말씀들이였다.

마을장정들이 돌고나면 다음은 총각애들, 그다음은 학교에 다니는 꼬맹이들이 돌아온다.

설날저녁이 되면 온 집식구는 따뜻한 구들에 모여앉아 설날특집프로를 보며 웃고 이야기하다가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서야 꿈나라로 들어간다. 아름다운 새해의 첫날 아침을 그리며.

그때 설날은 그야말로 더없는 명절이다. 온종일 쉬임없이 여닫히는 출입문, 온종일 법썩이는 집안, 온종일 김이 꽉 차 앞도 잘 안 보이는 주방, 온종일 연기가 뭉게뭉게 타래쳐오르는 굴뚝, 온종일 바깥에서 오구작작 모여 떠들어대며 폭죽을 터치느라 여념이 없는 조무래기들…

온 마을이 명절분위기에 들끓는다. 어디에 가나 웃음꽃이 피여난다. 이것이 옛날의 설날이였다. 그때 나어린 나로서는 즐겁기는 하였지만 힘들었던 설날이였다. 헌데 그동안 그런 설날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믐날 저녁이였다. 저녁상은 푸짐했다. 밥술을 놓기 바쁘게 어른들은 제각기 낮부터 치던 마작판을 벌려놓고 와르락 와르락 뚝닥 하고 애들을 컴퓨터앞에 모여앉아 정신없이 건반을 두드려댔다.

설날 아침이였다.

모두가 모여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산해진미에 술 한잔 나누고 덕담도 나누었지만 세배군도 없고 주방에서 바삐 돌 필요도 없었다. 떡에 순대, 탁주 무엇이든지 달라는대로 다 팔고 있으니 사면 그만이다. 그러다보니 맛도 크게 없는것 같았다. 아마도 땀 흘리며 만드는 정성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아침상을 물리고 오래간만에 70고령인 사돈로인님께 모두 세배를 드리자고 했다. 헌데 결국에는 애들만 세배를 드렸고 로인님께서는 세배돈을 푸짐히 나누어 주셨다. 언제부터 세배가 애들의 돈벌이로 변해버렸는지?!

와르락 와르락 마작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옆에서 구경하시던 로인님은 시장하신지 한쪽으로 누우셨다.

《엄마는 집에 가서 쉬지 그래, 자리도 비좁은데…》 그러자 로인님은 하는수없이 또 일어나 막내딸 옆에 다가앉았다. 벌써 70이 넘은 로인은 자식들이 어쩌다 이렇게 모여서 웃고 떠들며 즐겁게 노는 모습이 얼마나 보고싶었을가?!

나는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났다. 내가 바라던 설날은 이런것이 아니였는데…전에 시골에서의 설날이 너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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