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전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3사 드라마들의 요즘 풍경은 극명하게 갈린다. 섬세하게 가공된 스토리로 눈길을 사로잡는 드라마가 있다면, 소박하지만 삶을 기반으로 한 공감 스토리로 시청자의 무릎을 치게 하는 관전 포인트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리얼 스토리로 사랑 받은 대표적인 작품은 인기리에 종영된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다. 이 드라마는 기혼 여성이 가정과 일터에서 겪는 고군분투기를 섬세하게 그리며 여성 시청자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기혼여성이라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시댁식구들과의 관계인 일명 ‘시월드’ 스토리와, 직장 내 치열한 자리 지키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내 방송 직후 게시판을 ‘바로 내 이야기’라는 공감 시청평으로 메웠다.
‘넝굴당’의 바통을 이어 받은 작품 역시 리얼 스토리에 주목했다.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빈부격차가 동시대를 사는 인물들의 삶을 어떻게 가르는지에 현미경을 들이민다. ‘서영이’는 부의 소유 여부가 한 인생을 비롯해 가정의 지속 여부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모습을 날카롭게 그린다. 주말 저녁 드라마가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편안한 스토리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서영이’는 이 같은 과정을 그리는 데 풍자나 과장을 배제한 채, 이 같은 상황이 만드는 비극을 극을 이끄는 핵심 갈등 요소로 사용한다.
KBS 2TV 월화드라마 ‘울랄라부부’의 경우 부부의 성별이 바뀌는 판타지 요소를 이용하지만, 서로 다른 성의 입장에서 느끼는 부부 사이의 갈등을 소소하게 그려내 공감 드라마로 호평 받고 있다. 주부로 살아가며 남편과 자식에게 느끼는 서운한 감정과 한계들, 그리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살면서 아내에게 무시 받고 자존심을 구겨 가며 사는 남편의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를 이룬다.
그리고 이들 드라마는 공통적으로 시청률 고공행진과 함께 경쟁작들을 따돌리고 동시간대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시청자의 무한 사랑 증명한다.
반면,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이나 KBS 2TV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경우 빠른 스토리 전개와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으로 가공된 스토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만, 초반 주목 받은 것과 달리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OSEN에 "요즘 방송 트렌드는 누가 뭐래도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진정성 여부다. 10년 전에도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제기됐지만, 요즘 시청자들의 경우 이를 간파하는 눈이 더 높아진 것 같다.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를 만들었다가는 시청자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라고 이 같은 풍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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