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0% 점유 '사자표 춘장' 2년간의 대립 막내려
자장면을 만들 때 쓰는 '한국식 춘장'업계 1위 기업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부자(父子)가 벌인 소송에서 법원이 아버지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지상목)는 '사자표 춘장'을 생산하는 영화식품 왕수안(74) 회장이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로 있는 두 아들을 상대로 명의신탁한 주식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두 아들은 아버지에게 주식 13만7000주(지분 37%)를 반환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영화식품은 대만출신 화교인 고(故) 왕송산씨가 1948년 서울에 세운 '용화장유(醬油)'라는 회사의 후신이다. 왕씨는 중국의 전통장에 캐러멜 색소 등을 넣어 만든 '한국식 춘장'을 개발했고, '사자표' 상표를 붙여서 이를 처음 대량판매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왕송산씨가 작고하자 아들·손자대로 가업이 이어졌다. 2002년 영화식품으로 이름을 바꾼 후에도 이 회사는 2009년 160억 넘는 매출을 올려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했다. 이 회사는 왕송산씨의 손자인 학보씨 형제가 아버지인 수안(왕송산씨의 아들)씨가 소유했던 공장의 기계설비와 거래처, 종업원을 승계하는 형태로 설립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0년 부자간에 의견 대립이 생기면서 아버지인 수안씨가 두 아들을 상대로 '내가 맡긴 주식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아들 형제는 '회사 자본금도 우리 돈을 댔다'며 주식을 내놓을 수 없다고 버텼다.
재판부는 "당초 수안씨가 아들들에게 자신의 회사를 영화식품으로 법인화하는 업무를 지시했고, 주식 대부분을 수안씨 소유로 한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두 아들이 스스로의 자금이나 노력으로 사자표 춘장에 대한 상표권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자표 춘장'이란 상표도 수안씨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조선일보
[송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