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동맹국 호주, 경제·정치적으로 점점 중국 영향권으로
호주 리버풀 평원에 있는 구네다 마을에서 6대째 대물림한 옥토로 농사를 지어온 토니 클리프트(50)씨는 최근 농지 26㎢를 중국 광산개발기업 '선화(神華) 워터마크 석탄'에 팔았다.
조상이 1832년부터 정착한 땅을 판다는 것은 이전엔 감히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지만 선화 측이 부른 가격은 뿌리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클리프트씨는 전했다.
클리프트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영기업인 중국선화에너지의 자회사인 선화 워터마크는 시세의 몇 배값을 치러가며 1억6천700만 호주달러(약 1천888억원)에 구네다 농지 약 147㎢를 사들였다. 이제 구네다는 양모(羊毛) 생산이 주업인 전원마을에서 탄광도시로 급격히 변모하는 중이다.
석탄을 싣고 호주 구네다를 떠나는 화물열차/연합
자국 내 전력생산 등에 쓸 해외 석탄 공급원이 필요한 중국이 호주 탄광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호주 시골 마을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1950년대 양모생산으로 한때 호황세를 탔던 구네다 마을이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는데야 마을 사람들도 반길 일이지만 개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석탄 분진과 석탄을 실은 화물열차의 소음, 수분을 함유한 암석층의 감소 등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구네다 마을이 다시 예전의 목가적 전원 풍경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 경제의 중국 의존도 역시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게 중평이다.
근년 들어 중국으로의 석탄, 철광석 수출이 크게 늘면서 호주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중 중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7%에 달했다.
또 2010년 7월부터 작년 6월 사이 호주에서 영주권을 획득한 외국인 중 중국인은 2만9천명으로 영국인 영주권 취득자 수를 넘어섰다. 더불어 지난해 호주가 발급한 상업용 비자 1만407건 가운데 3분의 2가 중국인의 몫이었다.
국립 호주대 피터 드리스데일 명예교수(경제학)는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 파트너일 뿐 아니라 이주민과 유학생의 주된 파송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