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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 옆 주택가 골목길은 '성추행 단골지역'

[기타] | 발행시간: 2013.04.02일 03:02

1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초등학교 인근의 주택가. 해가 진 지 얼마 안 됐지만 거리는 밤처럼 어둡고 한산했다. 한 경찰관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골목에서 범죄가 발생해도 인근에선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시중 기자

[1] 치안 손길 못 미치는 유흥가 인근 주택가·근린공원

"밤엔 사람만 마주쳐도 겁나" - 서울 강남 논현동 주택가

CCTV도 없는 미로같은 골목… 순찰차도 접근하기 어려워

"무서워서 먼길 돌아가요" - 컴컴한 용산구 근린공원

밤만 되면 노숙자들로 북적… 지나가는 여성 쫓아가기도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주택가 인근의 새꿈어린이공원. 공원 인근엔 좁은 골목길 사이로 다세대주택이 늘어서 있다. 술을 마신 노숙자들이 모여들어 행인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한다. /오종찬 기자

지난달 초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 주택가에서 20대 여성 A씨가 퇴근길 어두운 골목을 홀로 걷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괴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설치된 골목길이 어두워 A씨는 범인의 얼굴은커녕 어느 방향으로 도망갔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A씨는 비명을 질렀지만, 인근 주민들은 습관처럼 커튼을 치고 있었고 내다보지 않았다. 100m 정도 되는 골목길엔 폐쇄회로(CC)TV가 단 한 대도 없었다.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주변에 퍼졌지만,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인근 분식집에서 일하는 박모(여·38)씨는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도 퇴폐 마사지업소 등 유흥업소가 즐비한 동네"라며 "동네 주민이 성추행을 당해 분위기가 흉흉하지만, 평소에도 종종 있던 일이라 다들 쉬쉬하고 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찰은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범죄 사각지대로 이 지역을 꼽는다. 강남경찰서에 소속된 지구대 다섯 곳 중 논현지구대에 접수되는 신고 건수가 나머지 네 곳을 합친 것보다 많다. 서울 강남구는 서울 다른 구(區)에 비해 많은 경찰 인력과 범죄 예방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곳곳에 산재한 '우범(虞犯)지대'를 다 관리하진 못한다. 강남경찰서 강력계 형사는 "대로변이나 길이 직선화돼 있는 지역은 범죄예방이 수월하지만, 이 초등학교 인근처럼 골목이 미로같이 이어져 있는 곳은 범죄가 발생해도 순찰차가 제대로 출동조차 할 수 없다"며 "최고 번화 지역이라는 강남에도 치안이 불안한 지역이 곳곳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경찰들이 꼽는 우범지대는 특별하지 않았다. 유흥가와 근접한 주택 밀집 지역, 인적이 드문 좁은 골목, CCTV가 별로 없는 지역, 빈집이 곳곳에 늘어서 있는 재개발 예정 지역 등이 우리 생활 지역 인근에 산재해 있는 '범죄 사각지대'다. 서울경찰청의 한 경찰관은 "보통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둔치, 산 어귀, 유흥업소 바로 앞 등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요즘 범죄는 일반 주택가 골목이나 근린공원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며 "범인들은 순찰차가 잘 돌아다니지 못하는 곳 등을 노린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서울역 인근 새꿈어린이공원을 '범죄 천국'으로 꼽았다. 해가 지기만 하면 노숙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얼굴을 옷으로 가린 사람들이 곳곳을 배회하기 때문이다. 건너편 주택가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이 공원을 지나쳐야 한다. 하지만 주민 이모(여·25)씨는 "누가 자꾸 쫓아와서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공원 곳곳에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만 울창한 나무가 가로등 불빛을 막아 공원 전체가 어둡다. 공원 안은 물론이고 공원 인근 주택가에서도 CCTV를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경찰이 순찰에 어려움을 느끼는 곳은 이곳 외에도 많다. 혜화경찰서 경찰관은 "종로구 혜화동 낙산공원 언덕길은 너무 가팔라 순찰차가 뒤집힐 뻔한 적이 있다"면서 "차량 순찰이 어려워 치안 부재가 우려되지만, 경찰로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도시 개발에 따른 변화로 범죄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곳도 있다. 송파경찰서 경찰관은 "이 지역 아파트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빈집이 생겨나자 비행청소년들이나 범죄자들이 빈집 안에 들어가고 있다"며 "신고가 폭증하고 있지만 빈집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도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지난 2월엔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지오프로스·GeoPros)'을 도입해 지역별 범죄 발생 빈도를 분석, 연쇄 범죄자 거주지 등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생활 주변의 범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로등 조도(照度)를 높이고, 범죄를 목격하면 바로 '줌업'을 하는 지능형 CCTV를 설치하는 등 좀 더 발전된 범죄 인프라를 정부가 나서서 구축해야 한다"며 "치안을 경찰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기관·지자체·경찰·주민 등이 '치안 공동 생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최연진 기자] [이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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