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창에 음란물 띄운 혐의
지난 15일 오전 9시쯤 유명 걸그룹 '티아라'의 소속 연예기획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커다란 팝업창이 뜨면서 음란 동영상이 재생됐기 때문이다. 이 영상은 티아라 멤버 가운데 한 명이 과거에 음란 화상 채팅을 했다는 엉터리 소문이 돌 때 '증거'라며 떠돌던 것이다.
소속사는 오전 11시쯤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착수 하루 만인 16일 '범인'이 나타났다. 강원도 한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K(17)군은 교복 차림으로 상경, 서울 논현동 연예기획사를 찾아가 자기 소행임을 밝히고 선처를 호소했다. 그 후 어머니와 함께 서울 강남경찰서에 자수했다.
K군은 중학교 시절부터 정보보호올림피아드에서 수차례 입상한 컴퓨터 '신동'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티아라에 대한 악의는 전혀 없고 해킹 실력을 자랑하고 싶어 그랬다"며 "겁이 나고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 부모님께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측은 "당사자인 티아라 멤버는 2년 전의 (음란 동영상에 등장한다는 루머로 인한) 상처가 겨우 아물어가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또 벌어져 당혹스럽다"며 "진상을 밝힌 후, 용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선처한다고 해도 해킹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명인이 당하는 '사이버 성희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2월 아이돌그룹 '미스에이'의 소속사는 멤버 수지의 실물 크기 입간판을 바닥에 뉘어 놓고 그 위에 올라탄 사진을 올린 네티즌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소희에게 150여 차례에 걸쳐 성적 모욕감을 주는 악의적 메시지를 보낸 이모(23)씨가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사이버 성희롱'을 일일이 고소하면 지나친 대응이라는 역공을 받을까 두려워한다"며 "팬들과 관계를 생각해 쉽게 고소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김수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