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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준비가 됐는가

[기타] | 발행시간: 2013.07.05일 21:55

한겨레]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말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을 찾았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접을 받았다. 대통령의 방문에는 그룹 총수가 직접 안내하는 것이 관행이다. 삼성이 이 부회장으로 하여금 부친인 이건희 회장 대신 대통령을 안내하도록 파격을 보인 것은 나름 큰 의미가 있다. 삼성의 차기 총수는 다름 아닌 이재용이라고 만천하에 공표한 것이다.

지금껏 재벌의 경영권 세습은 관행이었다. 총수의 후계자 지명으로 모든 게 끝났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시대인 지금은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지분은 고작 0.3%이다. 부모의 삼성 주식도 많지 않아, 상속을 받아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주식 소유에 기반하는 시장 원리에 비춰보면 경영권이 취약하다. 종전까지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라는 ‘요술방망이’를 동원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비판의 대상이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차기 삼성 총수에 걸맞은 능력과 자질을 보여줌으로써 삼성 임직원과 소액주주, 거래업체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는 물론 국민과 사회의 지지를 얻는 수밖에 없다. 국민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삼성의 매출액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30%를 넘는다. 수출액과 시가총액은 각각 나라 전체의 30%에 육박한다. 삼성이 자격 없는 총수로 인해 만에 하나 잘못되면 나라 전체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말 열린 삼성 신경영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삼성의 지속발전을 위한 조건으로 소유경영자의 변혁적 비전과 통찰의 리더십, 변화를 주도하는 과감한 의사결정 능력, 소유경영자와 전문경영자의 조화가 꼽혔다. 요즘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신뢰가 중시되는 환경에서는 뛰어난 경영역량과 리더십과 함께 총수의 높은 도덕성, 국민과 사회의 요구를 귀담아듣고 실천하는 자질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 삼성전자 제품의 수리를 맡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1만여명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불법 위장도급 의혹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근속기간이 10년을 넘어도 차량유지비·통신비 등의 개인 부담액을 제외하면 월평균 급여가 150만~200만원 정도로, 겨우 최저임금을 면한 수준이라고 한다. 마침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9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잠정실적을 5일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40조원에 육박해 또 한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인 400만원 수준을 맞춰주는 데 필요한 추가재원은 3000억원도 채 안 된다. 한국 최고 기업으로 자부하는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의 단지 0.8%를 아끼기 위해 1만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면, 이를 이해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지난 2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조 추진을 선언했다. 삼성은 창업 이래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 앞에서 당당히 삼성 3세 시대를 예고한 이재용 부회장은 이런 구시대적 경영행태를 자신도 지속할 것인지 생각을 밝혀야 한다. 삼성전자는 2007년 이후 평행선을 달려온 백혈병 피해자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반올림’과 대화를 시작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성과가 없다. 경제민주화 시대를 맞아 상생경영을 강조하지만, 협력업체와의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20년 전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었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제2의 신경영 선언’으로 법적, 윤리적, 사회공헌적 책임까지 제대로 하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은 이 부회장에게 묻고 있다. “이재용은 (삼성의 차기 총수로서) 준비가 됐는가”라고.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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