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DB>
'겨울 스포츠 꽃'은 역시 스키다. 새하얀 설원을 질주하는 짜릿함은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리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부상이다. 포뮬러원(F1) '전설' 미하엘 슈마허가 지난해 12월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알프스 메리벨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 바위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말 스위스 알프스 스키장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다 왼쪽 골반뼈에 금이 갔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0~2011년 스키 시즌부터 2012~2013년 스키 시즌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부상자 1만714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장 개장 기간을 120일로 잡으면 하루에 893명이 스키장 의무실이나 병원을 찾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운동을 하는 등 기본 안전수칙만 잘 지켜도 부상 가능성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연평균 부상자 1만714명 가운데 가장 높은 사고 원인은 '혼자 넘어지는 경우'(5850명ㆍ54.6%)였다.
혼자 넘어진다는 것은 결국 본인 실력이 코스 난이도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코스 난이도만 낮춰도 사고 위험을 절반가량 낮출 수 있다.
안전하게 넘어지는 방법을 먼저 배우는 것도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실력에 관계없이 반드시 보호대를 착용하고, 넘어질 때 관절이 직접 설면에 닿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넘어졌을 때는 뒤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장자리로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바인딩을 본인이 직접 알맞은 강도로 조여서 넘어졌을 때 바인딩이 제때 분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넘어질 때 바인딩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무릎 인대가 찢어지거나 늘어날 수 있다.
본인 실력을 과신해 스키장이 마련해 놓은 코스 범위를 벗어나 스키를 즐기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슈마허 사고를 조사하는 프랑스 검찰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슈마허 스키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 영상을 분석한 결과 슈마허가 경로를 벗어나면서 균형을 잃고 바위에 부딪혔다"고 발표했다. 슈마허 매니저인 자비네 캠에 따르면 슈마허는 사고 당시 정상 속도로 스키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속도로 스키를 타도 정비되지 않은 코스를 달리면 사고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스키에 대한 인식을 '부상 위험이 따르는 스포츠'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스포츠처럼 부상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만으로도 불의의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