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러시아)=뉴시스】김인철 기자 = 13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전에서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116번)가 넘어지며 박승희(138번)를 밀어내고 있다. 2014.02.13.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박승희(22·화성시청)를 넘어뜨려 금메달의 꿈을 앗아간 엘리스 크리스티(24·영국)가 태극낭자들과의 재격돌을 앞두고 있다.
크리스티는 18일 오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소치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7조 경기에 출전한다.
유럽선수권 챔피언인 크리스티는 이번 대회에서 영국 쇼트트랙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지나치게 마음만 앞선 모습이다. 크리스티는 이미 끝마친 500m와 1500m 경기에서 모두 실격 처리를 당했다. 평정심을 잃어버린 채 실전에서 잇따라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악연을 맺었다.
크리스티는 지난 13일 펼쳐진 500m 결승에서 선두 자리를 꿰차기 위해 무리하게 안쪽을 파고들다 아리안나 폰타나(24·이탈리아)와 충돌해 그대로 넘어졌다.
앞서 달리고 있던 박승희도 이 충격으로 인해 중심을 잃고 펜스에 부딪혔다. 1위로 첫 코너를 돌며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던 박승희는 최종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크리스티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투혼이 만들어낸 동메달이었지만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박승희는 이날 충격으로 부상을 당해 1500m 경기엔 출전도 하지 못했다.
경기 직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왜 실격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한 크리스티는 한국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수많은 악성 댓글들이 달렸다.
뒤늦게 박승희와 한국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계속되는 악플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크리스티는 영국대표팀과 상의한 끝에 개인 SNS계정을 폐쇄했다.
큰 홍역을 치른 크리스티는 개인전 마지막 경기인 1000m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한국 선수들과의 진검승부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크리스티는 1000m 8개 조 가운데 7조 경기에 출전한다. 같은 조에 한국 선수는 없다.
한국은 1000m 경기에 박승희·심석희(17·세화여고)·김아랑(19·전주제일고) 등 총 3명이 출전한다. 박승희는 2조·심석희는 4조 그리고 김아랑은 5조에서 금빛 레이스의 스타트를 끊는다.
각조 2위까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만큼 실격 및 각종 변수만 없다면 개인 기량이 뛰어난 한국선수들과 크리스티는 결승전 혹은 그 중간 단계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의도치 않은 사고로 얼굴을 붉혔지만 선수는 경기력과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진정한 쇼트트랙 여왕을 가릴 마지막 승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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