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 물린 장사가 팔뚝을 자르는 결단으로.” “배수진을 치고 결전을 치르는 기개로.” “사상과 관념의 속박을 뛰어넘어.” “기득권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일인 5일 정부업무보고를 하면서 개혁과 관련해 언급한 표현들이다. 비장함이 느껴지는 이러한 말에서 그가 어떠한 결심으로 개혁을 추진할지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이 자주 사용했던 “개혁은 최대의 보너스”라는 발언은 이번에도 빠뜨리지 않았다.
특히 “개혁의 심화를 통해 발전의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경제체제 개혁을 각 분야 개혁 중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를 통해 “가난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며 “가난이 대물림되도록 놔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절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2014년 중점업무’를 밝히는 부분에서는 “개혁은 올해 정부업무의 최우선 과업”이라고 전제하면서 경제체제 개혁을 먼저 언급한 뒤 이어 행정, 재정세무, 금융, 철도투융자 체제 등의 순서로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유기업에 대해서는 ‘개혁’이라는 용어 대신 ‘보완’이라는 말을 썼다. 이는 국유기업 개혁이 반대 세력 때문에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 도중 ‘개혁’이라는 단어를 무려 77차례나 썼다. 가장 많이 언급한 ‘10대 키워드’ 중 세 번째였다. 첫째는 ‘발전’(119회)이었고 두 번째는 ‘경제’(80회)였다.
그는 업무보고를 준비하는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참여하면서 “실천하지 못할 것은 아예 보고서에 넣지도 마라”고 주문했다. 틀에 박힌 관행을 싫어하는 이러한 모습은 보고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경제성장 목표치를 7.5%로 정한 배경을 보충 설명하는가 하면 ‘쿤밍 테러’를 즉석연설 형태로 규탄한 것이다. 그는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으로 (경제) 발전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다”며 “그런 면에서 합리적인 경제성장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쿤밍 테러를 규탄한 부분은 전인대 대표에게 사전 배포된 보고서에는 없었다. 총리가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원고에 없는 내용을 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신경보는 6일 이에 대해 ‘리커창 스타일’이라고 불렀다. 리 총리는 이러한 업무보고를 선보임으로써 시진핑(習近平) 주석 밑에서 상대적으로 희미해져가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양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스모그 문제와 관련해 각 지역에서 올라온 대표단의 분임토의에 참가하면서 지역 대표에게 질문 공세를 폈다. 시 주석은 이날 광둥성과 상하이 지역 전인대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현재 주강 삼각주의 초미세먼지 수준이 어떻게 되느냐” “상하이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베이징에 비해 어떤가” 등의 질문을 했다. 하지만 정작 저우성셴 환경보호부장은 스모그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은 수치가 좋아지고 있다”고 강변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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