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배 대승은 우연이다. 우리는 아직 한국을 따라잡지 못했다."
중국 바둑대표팀 총감독 위빈 9단이 최근 중국 기사들의 강세와 BC카드배에서의 한·중전 대승을 '우연의 결과'로 말해 눈길을 끈다.
바둑 인터넷사이트 사이버오로(cyberoro.com)는 24일 중국 '시나바둑'의 보도를 인용해 "위빈 감독이 중국이 따라잡은 것은 한국의 프로기사 배양체제일 뿐이고, 한국바둑을 완전히 따라잡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 BC카드배 32강전에서 자신보다 20살 넘게 어린 미위팅 3단에게 패한 후 담담히 복기를 하고 있는 이창호 9단(왼쪽).
↑ BC카드배 32강전에서 당이페이 3단과의 대국을 기다리고 있는 이세돌 9단(맨 왼쪽).
그는 지난 22일 열린 제2회 초상부동산배 한·중바둑 단체대항전 개막식에서 '최근 한·중전의 흐름에 대해' 기자들의 인터뷰 세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위빈 감독은 별로 흥분하지 않은 채 "최근 이어진 바이링배와 BC카드배에서 중국 기사들이 대승을 거둔 것은 우연이다. 한두번의 승리로는 중국바둑이 한국바둑을 총체적으로 따라잡았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승'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제도나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전에 중국기원에서 수정된 '승단 상금 임시 규정'을 발표했다. 기존 조례에 단체전 연승 혹은 우승을 통해 승단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이번 승단 개선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승단 체제는 아직도 개혁할 부분이 많다. 프로기사가 부지런히 노력해 자연적으로 8·9단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운도 함께 따라야 하는 체제는 안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10대 소년 기사들에 대해서는 "국내와 국제 시합에서 판팅위(96년생), 미위팅(96년생), 양딩신(98년생) 등 어린 기사들이 눈부신 성과를 얻었다. 그들이 시합에서 거둔 성적은 그들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국 도장의 육성체제는 이제야 한국과 어깨를 겨룰 수준이 됐다. 하지만 중국은 인구가 많다. 이것은 우리가 한국에 앞선 장점이다. 많은 소년 기사들이 탄생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열린 제4회 BC카드배 32강전에서 중국은 무려 13명을 16강에 진출시켰다. 특히 11판의 한·중전 중에서 10판을 이겼다. 이 때문에 바둑팬과 바둑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국바둑의 위기론'이 들끓고 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