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스 ㅣ 박세준 기자] ‘한류 열풍’이라는 용어가 생긴 지도 이제 거의 20여 년이 흘렀다. ‘한류(韓流)’라는 용어의 발상지이자 한국문화의 가장 빠른 소비자로서 홍콩은 그동안 꾸준히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여러 국가로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플랫폼이 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드라마 <대장금>의 전통 한식, <별그대>의 치맥 등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은 이제 한국인 위주로 운영되는 한식당의 경계를 넘어 홍콩인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 김치 로빳코우
중국 전통과 한국 식재료의 만남
설날(春節)은 홍콩에서도 가장 큰 명절 중에 하나이다. 전통적으로 홍콩 사람들은 설날에 무와 새우, 중국식 소시지 등이 들어간 떡인 로빳꼬우(蘿蔔糕)를 전처럼 기름에 지져서 먹는다. 이러한 홍콩의 전통에 한국의 매운 맛이 추가됐다. 최근 롱만자우까(龍門酒家)라는 식당에서 ‘김치 로빳꼬우’를 선보여 화제다. 이 식당에서는 로빳꼬우에 한국 새우젓과 직접 담근 김치를 넣어 맛을 살렸다고 한다. 식당 측은 “김치의 발효 시간을 적절히 조절해 너무 맵지 않게 만들어 홍콩인들의 입맛에도 맞췄다”고 밝혔다.
홍콩인들이 좋아하는 왁자지껄한 노천 식당인 따파이동(大排檔) 중에서도 한국식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완차이(灣仔)에 위치한 식당인 쳉레이판딤(祥利飯店)에서는 한국식 돼지등갈비를 선보여 좋은 평을 얻고 있다. 달콤하고 짭짤한 것을 좋아하는 홍콩인들에게 갈비 양념은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맛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홍콩 KFC 한국식 치킨세트
패스트푸드에도 한국 바람
한국 음식의 인기는 패스트푸드 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달콤하고 매운 한국식 소스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맥도날드는 작년 12월 너겟과 윙 등으로 구성된 신제품인 ‘맥바이츠 치킨 딥딥 박스(Mcbites Chicken dip dip sharing box)’ 선보이며 한국식 고추장소스를 내세웠다.
프라이드 치킨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KFC도 작년 홍콩을 휩쓴 한국 치킨 열풍의 영향을 받아 한국식 치킨 세트를 선보였다. 세트 안에는 양념치킨과 한국식 무절임이 포함돼 있어 ‘한국보다 더 한국 같은’ 치킨 세트를 맛볼 수 있게 됐다.
홍콩에서 성업 중인 일본계 덮밥 체인점인 요시노야(吉野家)도 예외는 아니다. 요시노야는 일찍부터 반찬으로 김치를 따로 판매해 왔으며(6홍콩달러), 저녁시간 주력 메뉴로 김치가 들어간 한국식 핫팟을 선보이고 있다.
▲ 홍콩의 한국식 컵라면
‘한국풍’ 라면 인기
홍콩에서는 한국 라면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신라면, 치즈라면 일부 라면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브랜드들도 한국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풍’ 라면을 내놓고 있다. 홍콩사람들이 가장 자주 먹는 라면인 ‘춧친얏뎅(出前一丁)’으로 유명한 라면 브랜드 닛신(日淸)은 한국 맛 컵라면, 김치를 넣은 한국풍 다이어트 컵라면 등을 속속 시장에 출시했으며, ‘치즈면’을 카피한 ‘치즈라면’ 역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홍콩의 일반적인 식당인 차찬텡(茶餐廳)에서도 최근 김치를 추가한 새로운 라면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홍콩인들이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음식에 익숙해지고, 정통 한국식당들이 하나의 식문화로 홍콩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면서 한국음식은 자연스럽게 홍콩인들의 일상생활과 요리에 응용되고 있다. 그 중 김치의 맵고 신 맛과 고추장를 베이스로 하는 단맛 소스는 홍콩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맛으로 손꼽힌다. 또한 떡볶이떡, 당면 등 다루기 간편하고 중국음식에 응용하기 쉬운 식재료도 이제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