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주중대사 권영세 - 현역 의원 신경민, 저마다 중국 전문가 자처
서울 영등포 을 지역구는 ‘서울 속 중국’이라 불리는 대림동이 속해 있다. 중국 동포가 모여 살면서 어느새 선거권이 있는 동포만 1만명을 넘어섰다. 그들은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다. 국회의원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지역 주요 유권자층으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지역 토박이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 지역 중국인이나 조선족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났어. 한국 국적이랑 선거권 있는 사람도 많은데 아직 완전히 녹아들지는 못한 거 같아. 자기 아이가 중국 동포하고 같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싫어하는 주민도 많거든.” 60년간 대림동에 살았다는 백청완씨(76)의 말이다. 영등포 을 선거구에서 중국 동포 현안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백씨의 말처럼 중국 동포 현안은 당사자뿐 아니라 이 지역민 대다수의 관심사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만5458표를 얻어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보다 불과 4508표 더 획득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 4년간 꾸준히 늘어온 중국 동포들의 표심이 이번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3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신시장에서 선거 출정식을 연 권 후보는 취재진에게 “중국대사 경험으로 성과를 냈지 않나. 중국 동포 현안 조율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후 신 의원에게 패한 그는 악수를 청한 시민에게 “돌아오셨네요”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현역 의원인 신 후보도 지역 중국 동포 문제에 대해 ‘전문가’를 자처한다. 그는 3월29일 기자와 만나 “중국 동포 현안을 논의하는 ‘서남권민관협의체’ 활동을 2년 했다. 나름대로 도움을 줬고 중국 동포 접근법을 잘 안다. 하지만 중국 동포분들이 이번 선거에 얼마나 참여하실지는 미지수다”면서 “권 후보가 주중대사로 중국 동포에게 홍보할 때가 아니다. 잘했으면 한·중 관계가 이 모양인가”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권 후보가 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11~12일 지역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에서 권 후보가 35.1%, 신 후보가 25.2%, 국민의당 김종구 후보가 11.5%의 지지율을 얻었다. 신 의원 입장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신 후보는 “열세는 인정하지만 형편없는 수준으로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일화는 현재까지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되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반면 국민의당 김 후보 측은 연대에 강경한 반대 입장이다. 김 후보는 이 지역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김 후보 캠프는 4월1일 “구체적인 단일화 제안도 없었다”라면서 “연대는 없고, 꼭 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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