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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다이어트의 불편한 진실]먹는 즐거움을 포기?

[기타] | 발행시간: 2012.05.19일 03:08

절식 좋지만… 스트레스로 폭식 부르기 쉬워

[동아일보]

사람이 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존을 위해서다. 인류는 오랫동안 줄곧 굶주림에 시달려왔다. 필요한 최소량의 먹을거리를 찾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이었다. 먹을 것이 넘쳐날 정도로 풍족해진 건 불과 수십 년도 안 됐다.

우리 몸은 영양분이 부족할 때 ‘허기’라는 고통을 느낌으로써 아주 작은 먹이라도 찾게끔 설계돼 있다. 그리고 먹을 때의 ‘쾌감’은 그동안의 노고를 단숨에 잊기에 충분하도록 진화해 왔다. ‘타는 갈증’은 인간이 마지막 한줌의 기력을 짜내 물 쪽으로 향하게 하는 ‘처절한 욕구’의 다른 말이다. 지적 호기심이나 오락은 사실 배부를 때 이야기다. 사흘만 굶어 보라. 먹는 것 외에는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은 그렇게 프로그램돼 있다.

○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먹고 있다

동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명체란 유전자가 잠깐 쓰다 버리는 생존기계이자 꼭두각시이며, 이 꼭두각시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주인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유전자다”라고 썼다. 이어 그는 “진화를 논리적으로 바라보는 유일한 방법은 유전자의 시선에서 개체군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이라며 “결국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사명에 매진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원시인 시절 인류의 급성 스트레스는 사나운 짐승을 만나는 것이었고, 만성 스트레스는 굶주림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때에는 기초대사량을 줄여 최소한의 에너지로 살아남는 능력이 생존에 절대 유리했다. 유전자도 그런 쪽으로 진화했다.

미국 소크 생물학연구소의 마크 몬트미니 박사 연구팀은 지방을 연소시키지 않고 저장하는 ‘CRTC3’란 유전자를 발견했다. 2010년 12월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관련 논문이 실렸는데, 제1 저자가 한국인 송영섭 박사였다. 연구팀은 정상인 쥐와 CRTC3를 제거한 유전자조작 쥐에게 계속해서 음식을 먹였다. 예상대로 정상 쥐는 뚱보가 됐다. 하지만 ‘저축유전자’가 없는 쥐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했다.

사람에게도 이 유전자가 있다. 연구팀이 멕시코계 미국인 3000여 명의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약 30%가 지방 저장 기능이 더 강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실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몸무게는 정상 유전자를 지닌 사람보다 평균 3kg 더 무거웠다.

물론 사람들이 적정량만큼만 먹는다면 저축유전자가 비만을 일으킬 소지는 크게 낮아진다. 그런데 먹을 것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게 됐다는 점이 문제다. 대다수가 ‘기아를 대비해 많이 먹어두라’는 유전자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코넬대의 브라이언 원싱크 교수 등은 2010년 영국의 ‘국제비만저널’에 “그림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음식 및 그릇의 크기가 점차 커져왔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기 1000∼2000년 여러 화가가 그린 52편의 ‘최후의 만찬’에 표현된 빵, 음식, 접시의 크기와 열두 제자의 평균 머리 크기를 비교한 상대값을 구했다. 분석 결과 지난 천 년 동안 주 요리의 사이즈는 69.2%, 빵과 접시의 크기는 각각 23.1%, 65.6% 커졌다. 특히 1500∼2000년에 그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스코틀랜드 애버딘대 생태학연구소의 존 스픽먼 교수는 2010년 “칼로리 소비량은 1980년대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현재의 칼로리 섭취(3500Cal)는 1980년대보다 3분의 1가량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비만 인구가 늘어난 이유가 사람들이 예전과 비슷한 활동량을 유지하면서도 음식을 더 많이 먹는 데 있다는 것이다.

○ 음식은 문화… 한번에 줄이긴 힘들다

평균보다 음식 섭취량을 30% 줄이면 파리의 수명은 2배로 늘어나고, 생쥐도 20∼80%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영장류도 마찬가지다.

미국 위스콘신대의 리처드 웨인드룩 박사팀은 2009년 7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저칼로리 식단이 붉은원숭이의 기대수명을 10∼20%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붉은원숭이 76마리(7∼14세) 중 절반에게는 원하는 만큼 먹을 것을 주고, 나머지 절반에겐 칼로리를 30% 줄이는 대신 비타민과 무기질 보충제를 줬다. 1989년 실험 시작 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정상식단 그룹의 37%가 노화성 질병(당뇨, 암, 심장질환 등)으로 죽은 반면, 칼로리 제한 집단은 13%만 같은 이유로 죽었다. 학계에서는 결과의 정확도를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보통보다 적게 먹어야 몸에 좋은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그런데 딱 필요한 만큼만 먹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요즘 애완견들은 예전보다 수명이 2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 비결은 사료에 있다. 개 사료는 몇 가지 식물성 원료와 동물성 원료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을 맞춘 후 합성비타민과 미네랄로 모자란 부분을 채운 것이다. 색과 맛은 색소나 향으로 조절한다. 사료의 가장 큰 장점은 과식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365일 같은 걸 먹는데 식탐을 부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건조식품이어서 식중독 염려도 없다. 인간도 이렇게 먹는 게 가능할까?

우주인을 생각해 보자. 지상 382km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들에게 ‘식욕’은 사치일 수 있다. 실제 식욕도 별로 없다. 무중력 상태에선 코와 목이 부어 향과 맛을 느끼는 신경이 무뎌진다.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 평형감각이 혼란을 일으켜 생기는 우주멀미도 식욕 저하의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없는 음식’은 우주인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된다. 우주식량은 애초에 치약처럼 짜서 먹을 수 있는 튜브형으로 개발됐다. 먹기 간편하고 가볍고 안전하고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했다. 그런데 우주인들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음식을 동결건조한 다음 우주에서 물을 부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먹도록 했다. 안전성 문제 때문에 방사선도 쪼였다. 우주인들은 간편하고 과학적인 튜브식품 대신 불편하고 방사선이 쪼여진 식품을 더 좋아했다. 먹는 즐거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낯선 이국땅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미군에게 콜라는 총알 못지않게 중요한 병참 무기였다. 해외여행 때 라면 맛이 더 특별해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 아닐까.

우주인의 사례에서 보듯 인간에게 음식은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필요한 양보다 많이 먹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실험실의 붉은원숭이처럼 쉽게 양을 줄일 수는 없다. 게다가 양을 줄인다고 그만큼 체중이 쉽게 줄지도 않는다. 적게 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인간의 몸이 기초대사량을 줄이는 ‘기아 모드’를 불러오거나 심각한 폭식을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폭식만은 않겠다”는 게 더 현실적이다. 그리고 칼로리, 지방, 운동량 따위만을 중시하는 기존 다이어트 방법들을 이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최낙언 향료연구가 dbcle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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