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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3에 미치는 이유? “룸살롱말곤 놀이문화 없잖아”

[기타] | 발행시간: 2012.05.25일 19:41

출시 하루 만에 350만장 판매

피시방 단골들도 돌아와

하루 평균매출 20%이상 올라

기대이상, 기대만큼 실망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레벨업 재미에 득템 재미

하다보면 반전도 있어요”

그는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이따 쉬는 시간에 잠깐 오셔서 말씀 좀 나눠요.”

그는 쉬지 않았다. 커피와 녹차를 한병씩 사 마시고 화장실을 두 번 왔다 갔다 하며 눈길을 줬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화면 안에서는 붉은 벌판에서 수도사가 좀비들과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형님, 잠깐만 빠져 계세요. 제가 할게요.” 그는 꼿꼿이 앉은 채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고 교신을 주고받았다. 한 시간이 지나자 화면에 다섯 글자가 떴다. “죽었습니다” 죽은 틈을 타 말을 걸었다. “죽으셨나보네요. 죽은 김에 잠깐.” “지금은 안 되는데. 바빠서요.” 그는 쉬지 않았다. 그가 쉴 때까지 기다리며 디아블로3을 했다. 마법사 캐릭터인 스티브잡스(별명)는 레벨 9다. 좀비들을 죽이고, 떨어진 금화와 무기장비들을 줍고, 어디로 가라는 미션 등을 수행하다 보니 두시간이 훌쩍 지났다. 새벽 1시 반이었다. 그의 옆자리를 꿰차고 다짜고짜 물었다.

“디아블로3, 뭔 내용이에요?”

지난 22일 화요일 새벽 1시 반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피시방에서 만난 이아무개(32)씨는 헤드셋을 벗고 침착한 어조로 설명했다. “마을에 딸과 어머니가 있어요. 악마가 내려와 마을이 저주를 받고, 사람들이 오염돼 좀비가 되는데, 유저(게임 이용자)들이 만든 캐릭터가 가서 그 배후에 있는 디아블로를 죽이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얘기죠. 하다 보면 반전도 있어요.”

이씨는 보험영업을 하는 회사원이다. 디아블로3이 출시된 다음날인 지난 16일부터 이씨는 퇴근 뒤 매일 피시방을 찾는다. 보통 평일은 하루 6시간, 주말엔 하루 10시간 정도 피시방에 있다. 잠은 네다섯시간 잔다. 아직 디지털판(인터넷으로 내려받는 게임)은 사지 않았다. “피시방에서 한번 느껴보고 괜찮으면 사려고 했어요. 이제 사려고요.” 이씨는 수도사 캐릭터 레벨 52다.

디아블로3에는 수도사, 마법사, 부두술사, 야만용사, 악마사냥꾼 총 5가지 캐릭터가 있다. 레벨은 60이 최고 레벨이다. 난이도는 4단계로 일반, 악몽, 지옥, 불지옥 차례로 구성된다.

2007년 이곳에 피시방을 연 최아무개 사장은 연신 웃음을 지어 보였다. “30대 후반쯤 되는 분이 연속 16시간 하고 가기도 했어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낮까지 하고 잠깐 낮잠 자고 또 왔데요.”

발길을 끊었던 단골들도 최근 디아블로3을 하러 다시 피시방을 찾아온다. “평가는 정확히 양분돼요. 기대 이상이라는 평과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는 평으로.” 최 사장은 주말에 매출이 평소보다 20% 넘게 늘었다고 했다. 평소 손님이 10명 정도 오는 평일 오전시간에도 지난주엔 20~30명이 왔다. 피시방을 찾은 21일 월요일, 밤 11시께 데스크톱 74대 중 38대의 자리가 차 있었다. 그중 3분의 1이 조금 넘는 자리가 디아블로3 유저들 몫이었다.

게임전문 조사기관 ‘게임트릭스’ 조사 결과를 보면, 디아블로3은 24일 전국 피시방 게임이용시간 점유율 약 39%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디아블로3이 출시 24시간 만에 350만장이 팔려 역대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한 피시 게임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일주일 동안 전세계에서 630만장이 팔렸다고 설명했다.

피시방이 활기를 띠는 동안 술집은 평소보다 손님이 줄어든 모양이었다. 서울 신촌에서 바를 운영하는 주아무개 사장은 22일 “지난주부터 단골 중에 안 오는 분들이 있다”며 “그분들이 디아블로3 때문에 못 오는 걸 트위터로 연락해 알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손님이 부쩍 뜸해진 게 사실이지만, 주 사장은 개의치 않는다. 그도 디아블로3 ‘광팬’이다. 디아블로3 출시일이었던 15일, 지인 7~8명에게 한정판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두 실패해 결국 바 아르바이트생에게 부탁했다. 정가 9만9000원에 웃돈을 얹어주고 15만원에 한정판을 구했다. 그러나 그는 집에 피시가 없다. 주 사장은 “한정판은 사야 될 거 같아서 샀다. 12년 만에 나왔는데 내 청춘을 갉아먹은 디아블로2를 생각하면 하나 사줘야지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컴퓨터를 사고 목욕재계한 뒤, 방에 ‘모셔둔’ 한정판을 뜯을 생각이다. 주 사장은 요즘 피시방에서 디아블로3을 즐긴다. 새벽 2시께 일이 끝나면 보통 아침 8시까지 한다. 야만용사 캐릭터 레벨 57이다.

“게임하는 데 이유가 어딨어 ××.”

주 사장은 이 말을 게임계의 명언이라고 소개했다. 와우(온라인 게임)를 일주일 내내 하루 20시간씩 해봤다는 주 사장은 “이미 그때 모든 허무함을 맛봐서 지금은 그냥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하는 이유’를 반복해 묻자 그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현실을 질타했다. 주 사장은 “놀이문화가 전혀 없잖아요. 청소년, 청년, 노년 모두 룸살롱 말고 노는 거 있나?”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피시방에서 반나절을 보낸 직장인 최아무개(41)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최씨는 “일하고 술 먹는 게 일상인데 그 밖에 특별히 놀 데가 없다”며 “주위 동료들은 다들 골프를 치는데 난 허리가 안 좋아 대신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레벨 52인 이씨는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현실에서 못 느끼는 성공도 느껴볼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야만용사 주 사장은 “게임은 현실이 아니라서 재밌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캐릭터가 더 강해지고 커지는 것도 온라인 게임의 중요한 재미지만, 더 중요한 건 현실과 달리 외부의 압박과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아블로를 잡아야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하면 난 디아블로를 하지 않을 거다”라고 했다.

한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각박한 현실에서 디아블로2가 나왔던 12년 전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디아블로3을 다시 찾는 경우도 많다”며 “실제로 에스엔에스(SNS)로 연락이 닿는 옛 친구들과 만나 게임을 즐기는 분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을 본인의 여가생활로 당당히 드러내는 모습도 예전과 많이 달라진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유저들의 현실을 더욱 각박하게 만드는 것은 ‘디아블로3 접속 에러’였다. 지난주 디아블로3은 보통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피시방을 찾은 유저들은 길게는 네다섯시간까지 로그인을 위해 비밀번호만 반복 입력하며 속을 태웠다. 주말 뒤부터는 접속이 상대적으로 잘됐다. 한쪽에서는 디아블로3이 정식 발매되지 않은 중국에서 무단으로 접속하는 바람에 서버에 이용자가 폭주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중국 후베이성에서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디아블로3을 즐기고 있는 천리창(26, 대학 석사과정)씨는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동료 중 디아블로3을 하는 사람은 10% 정도 된다”며 “대만판으로 나온 제품을 사서 이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레벨업과 팀플레이가 가장 재밌다”며 “현재 서버가 자주 막히고 게임이 지연될 때가 많은데, 중국에도 빨리 정식으로 인터넷 접속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는 “서버접속 에러는 정말 심각하다고 본다. 돈 내고 하는 건데 서버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 사장도 “첫날은 피시방에서 10시간 있었는데 실제 게임한 시간은 5시간 정도였다”며 “정말 빡친다(화난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24일 “최근 발생하고 있는 서버 문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현재 아시아 서버 수용인원을 출시일에 견줘 100% 이상 늘렸고, 앞으로 2주 안에 서버를 증설해 수용 가능 인원을 35% 더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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