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모로코 국영 채널 2M에서 가정폭력 흔적을 감추는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방송해 논란이 됐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2M은 지난 23일 한 프로그램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함께 부은 얼굴과 멍 자국 등을 가리는 화장법을 소개했다.
진행자는 "하루 종일 일터에서 일을 하면서도 멍이 보이지 않도록 루스 파우더로 화장을 고정하라"면서 "이런 '뷰티 팁’이 당신의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수백명의 여성이 방송국에 탄원서를 내고 사과와 제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방송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반적인 일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며, 신고보다는 감추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세뇌했다"면서 "여성 폭력의 일상화를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로코 여성으로서, 모로코의 페미니스트로서, 모로코 국민으로서 프로그램과 방송국에 대한 엄중한 제재와 사과를 요구한다"며 "폭력은 화장으로 덮을 일이 아니며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2M은 웹사이트에서 방송분 영상 클립을 삭제하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부적절한 방송이었다"며 "여성폭력 문제의 민감성과 무게감을 판단하는 데 편집상의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성 운동가들이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가정폭력의 영향을 받을 많은 사람들이 문맹이거나 성명문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자 추후 사과 방송을 하기도 했다.
모로코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가정폭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국가 중 하나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올해 모로코 정부에 보낸 서신에서 "모로코가 가정폭력을 예방이나 가해자 처벌을 통해 피해자를 돕지 못하고 있다"면서 "모로코 법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적절한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모로코 고등 판무관위원회가 18세에서 65사이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2.8%가 신체적, 심리적, 성적, 경제적 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바 있다.
당시 조사 대상자 중 55%는 부부 관계에서의 폭력을, 13.5%는 가족 관계에서의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부부 관계에서 폭력을 당한 55% 중 3%만 이를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