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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색안경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7.03.10일 14:25
(목단강) 김홍은

  (흑룡강신문=하얼빈) "우리 반의 그 말썽꾸러기, 또 어디로 도망갔어요?"

  교직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처녀선생이 상학종이 울린지 한참 지나서야 교무실에 들어오더니 화가 나선지 더워선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볼부은 소리를 했다.

  "그런 애 하나만 있으면 반주임공작 다 해먹은거지. 애는 몇갑절 태우고 성적은 다 말아먹고…"

  곁에 앉은 나이 지긋한 력사선생이 동정 반, 경험담 반으로 동을 달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지난달 밤자습 때도 슬그머니 나갔다가 저절로 걸려 넘어져 얼굴을 꿰매고는 책임을 전부 저한테 덮어씌웠잖아요."

  처녀선생은 새삼스레 지난 일이 억울해나서 지원병을 만난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날씨도 더운데 그렇게 화낼것 없어요. 집에 전화해서 부모들더러 와서 찾아보라 해요."

  학년조장이 말하자 처녀선생은 지체 않고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그때 밖에서 들어오던 어문선생이 문가의 빈 물통을 가리키며 "아니, 양선생, 그 반의 문걸이학생더러 물 한통 가져다놓으라 했더니 왜 함흥차사시우?" 라고 한다.

  "예? 그 애한테 물심부름을 시키셨어요? 왜 하필이면…"

  "왜? 무슨 일이 있는거요?"

  어문선생의 얼굴에 의혹이 피여났다.

  "선생은 이 학년을 가르치신지 얼마 안되여 잘 몰라 그러세요. 우리 학년에서 그 애라하면 모두 손 들잖아요."

  옆에 있던 정치선생이 소개했다.

  "지금 수업시간에 공부를 안하고 말썽을 일으키는거 고1때에 비기면 룡이 된셈이지. 그때는 아예 반에도 안들어가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사고를 치던 애라구요."

  "반주임은 나가서 혹시 사고칠가봐 애타겠지만 이번 시간 수업하는 선생은 신이 나겠구만. 부럽기까지 한데…"

  한어선생도 한마디 곁들었다.

  "무조건 얼씨구 좋구나 하고 어디 가서 놀고있는거라구요. 남자 화장실 내놓고 온 학교를 다 뒤졌는데도 안보였어요."

  처녀선생의 붉어졌던 얼굴이 일순간 파랗게 질리는것 같았다.

  "내가 금방 남자화장실에서 오는건데 아무도 없었어요. 아이구, 이거 그럼 내가 망아지고삐를 풀어준 셈이구먼. 애가 키꼴두 크구 힘깨나 쓰겠기에 빈통을 주었더니 선뜻 받아들구 가던데… 이젠 물방에 문 닫은지도 한참 됐겠는데."

  어문선생의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 묻어났다.

  "이거 집에도 못알리고 큰일이예요."

  처녀선생도 더 이상 어찌할바를 몰라 들고있던 전화기만 매만졌다.

  "날씨도 이리 더운데 어디 밖에서 쏘다니겠어요? 이번 시간 끝나면 애들 몇을 풀어서 근방에 PC방을 훑으면 있을겁니다."

  력사선생님의 말꼬리를 잡고 "똑똑똑" 노크소리가 울렸다.

  열린 문으로 그 애가 땀벌창이 되여 한손에 빈 물통을, 다른 손에 비닐봉투를 들고 어문선생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선생님, 물방 관리하는 선생님이 오지 않으셔서 기다리다가 찾아다녔는데 못찾았어요. 처음으로 저한테 시키신 심부름인데 실망시킬가봐 밖에 마트에 가서 얼음물 몇병 사왔어요. 이거 먼저 마시고 다음 시간에 물 가져오도록 할게요."

  순간, 교무실에는 알지 못할 정적이 감돌았다. 어문선생님이 얼떨결에 받아든 비닐봉투안에는 물안개를 뒤집어쓴 광천수 몇병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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