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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울정도로 기가 세" 사직 '노래방' 가보니

[기타] | 발행시간: 2012.06.16일 01:08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 롯데의 사직구장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을 일컫는 말이다. 2008년 롯데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보고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지었다. 허 위원의 말처럼 사직구장은 롯데의 홈 경기가 있을 때 팬들이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으로 변신한다. 팬들의 응원 덕분인지 올 시즌 사직구장 매진(2만8000석) 시 롯데의 성적은 8승3패로 좋다. 양승호(52) 롯데 감독은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서 들리는 노래와 함성은 엄청나다”며 “선수들이 관중의 노래에 분위기를 타고 힘을 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상대 감독과 선수들은 팬들의 압도적인 노래와 함성에 혀를 내두른다.

최신 가요부터 올드 팝까지

롯데 팬들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올 시즌 롯데의 평균 경기 시간이 3시간 조금 넘는 점을 감안하면 사직 노래방의 기본 시간은 3시간이 되는 셈이다. 노래의 종류도 다양하다. 최신 가요부터 올드 팝까지 한 번쯤은 귀에 익었을 법한 노래들의 반주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쉴 새 없이 흘러 나온다. 노래는 대부분 롯데 공격 때 부른다.

 노래는 크게 선수 개인의 응원가와 부산을 상징하는 노래로 나뉜다. 선수들의 응원가는 1인당 2곡씩 있는데, 타석에 들어설 때 나오는 노래와 안타를 기원하거나 출루 시 부르는 노래로 나뉜다. 부산을 상징하는 노래는 ‘부산갈매기’를 시작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에’ ‘뱃노래’ 등 3곡이 있다. 따라서 관중은 아홉 명의 타자를 응원하는 18곡과 부산을 상징하는 노래 3곡까지 기본 21곡을 부르게 된다. 여기에 경기 후반 교체 선수 2~3명이 나올 시 이들의 노래까지 합치면 대략 25~27곡 정도 부르는 셈이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나오는 노래는 최신 가요와 팝송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 선수들이 좋아하는 노래로 구성됐는데, 간혹 가요계에 있는 지인들의 요청으로 홍보 차원에서 모르는 노래를 선택하기도 한다. 롯데 주전 타자 9명의 등장 노래 중 관중의 호응이 가장 높은 곡은 김주찬의 ‘Steppin’ To The Bad Side(드림걸즈 OST)’와 전준우의 ‘Starstrukk(3OH!3 곡)’이다. 둘 다 선수 본인이 선택한 곡으로 노래 중간에 나오는 ‘유후후’ ‘유후, 유후’ 하는 추임새를 관중이 따라할 수 있게 율동까지 곁들였다.

 안타를 기원하거나 출루했을 때 부르는 노래는 올드 팝 반주에 선수들의 이름을 붙여서 만들었다. 쉽고 중독성 있는 후렴구 덕분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따라 부를 수 있다. 대표적인 노래는 홍성흔의 ‘What’s up(4 non blondes)’과 조성환의 ‘Beautiful Sunday(Daniel Boonev)’다. 홍성흔은 “어느 날 카페에서 ‘Beautiful Sunday’가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롯데 조성환 오~오~오~오’라고 부르고 있더라. 정말 중독성이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롯데 응원단장 조지훈씨가 꼽은 최고의 응원가는 무엇일까. 조 단장은 망설임 없이 ‘안방마님’ 강민호를 꼽았다. 강민호가 등장할 때 나오는 노래는 록그룹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이고, 강민호가 출루 시 부르는 응원가는 ‘Rivers of Babylon(Boney M)’이다. 그는 “강민호의 응원곡이 나올 때 관중의 환호성과 호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경기가 후반으로 넘어갈 때면 팬들은 ‘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뱃노래’ 등 항구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롯데가 이기고 있으면 기분 좋아서, 지고 있으면 다 같이 힘내자고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는 가수 박상민이 응원가 ‘챔피언 롯데’를 헌정해 노래가 한 곡 추가됐다. 2008년에 헌정가 ‘롯데만을 사랑하리’를 부른 것이 계기가 됐다.

노래방에선 탬버린, 사직구장에서는?

노래방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흥을 돋우는 악기다.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흔든다면 사직구장에서는 ‘신문지 총채’를 흔든다. 신문지 총채는 신문의 접힌 면 반대쪽에서 3∼4cm 간격으로 오징어 다리를 뜯듯 쭉 찢되 끝까지 찢지 말고 손잡이 부분 10cm는 남겨둔다. 다 찢으면 손잡이 부분을 동그랗게 말아서 접착 테이프나 고무밴드로 고정시킨다. 누가 제일 먼저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1990년 전후해서 나타났다는 게 중론인데, 당시엔 그냥 구겨서 흔들었던 것이 한두 사람이 찢기 시작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롯데 관계자는 전했다.

 7회가 진행될 쯤이면 사직구장 팬들의 머리에는 주황색 비닐 봉지가 씌워져 있다. 일명 ‘비닐 봉지 응원’이라고 불리는 이 응원은 이제 사직구장뿐 아니라 원정구장에서도 등장하는 롯데 응원의 상징이 됐다. 7회가 진행될 쯤 2만8000장의 주황색 봉투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배포되는데 팬들은 알아서 공기를 넣어 절반쯤 부풀리고 묶은 다음 머리에 얹고는 양쪽 손잡이를 고리 삼아 귀에 건다. 이 응원은 2005년 무렵부터 형성됐다. 롯데의 한 계열사가 쓰레기를 담으라고 자신의 회사 광고문구를 찍은 주황색 비닐 봉투를 롯데 구단에 제공했는데 장난기 많은 팬들이 머리에 쓰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롯데 팬들은 타 구단과 달리 막대 풍선을 잘 쓰지 않는다. 대신 검지손가락이 길게 뻗은 손 모양의 풍선을 한 손에 끼고, 응원을 한다. 이 응원도구는 롯데 구단의 응원 용품 가게에선 팔지 않는다. 2006년 팬들이 직접 만들어 경기장 앞에서 팔기 시작한 게 시초가 돼 지금도 경기장 앞 노점상에서만 판매한다. 조 단장은 “막대 풍선을 사용하지 않아 응원가의 박자가 어긋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신문지 총채’와 ‘손가락 풍선’을 이용해 박자를 맞추다 보니 이제는 문제가 없다. 또한 팬들 대부분이 노래를 숙지하고 있어 응원을 이끌어가는 데 수월하다”고 전했다.

노래 중간 구호를 추임새로

 3시간 내내 노래만 할 수 없는 법이다.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박자에 맞춰 구호와 함성도 내지른다. 대표적인 구호가 “마”이다. “마”는 ‘하지마’와 ‘인마’의 중의적 의미로 2003년에 시작된 응원 구호다. 롯데 팬들은 상대투수가 주자를 견제하거나 사구(死球)를 던졌을 때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목청껏 “마”를 외친다. 롯데 팬들의 “마” 응원은 상대 선수들의 귀를 거슬리게 만든다.

 롯데 팬들이 “마”를 외칠 때 그냥 외치지는 않는다. 응원단에서 아이돌 그룹 U-KISS의 ‘만만하니’의 후렴구를 틀어주면 가사와 가사 사이가 비는 타이밍에 “마”를 외친다. 롯데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U-KISS는 ‘만만하니’가 롯데의 응원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고 감사해할 정도다. U-KISS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심화석 부장은 “롯데 팬들이 ‘만만하니’를 불러주셔서 노래가 뒤늦게 인기를 봤다. U-KISS 멤버들도 롯데의 응원을 보고 팬이 됐다”고 밝혔다.

 또 하나 재미난 구호는 수비때 나온다. 바로 ‘어느 날’이다. 롯데 투수가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아웃시키거나 야수들이 호수비를 펼치면 ‘빠밤바 빠라바라밤빰빠’라는 전주에 이어 다 같이 노래를 부를 것처럼 “어느 날∼”이라고 외치고는 거기서 뚝 끊어버린다. 록 그룹 위치스의 노래 ‘떳다 그녀’의 첫 소절인데, 왜 첫 소절만 부르고 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롯데 응원의 중심 조지훈 단장

 조지훈 단장은 2006년부터 롯데의 응원을 이끌었다. 그는 “처음에는 관중 대다수가 남성분이셨다. 무서울 정도로 팬들의 기가 셌다”고 회상했다. 조 단장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 해는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2008년이다. 당시 그는 시즌을 마친 뒤 많은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응원단에는 조 단장과 더불어 6명의 치어리더가 응원을 주도한다. 이닝을 마친 뒤 펼치는 치어리더들의 공연이 이슈가 되면서 이들은 선수들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올 시즌 프로야구는 어느 때보다 큰 인기를 받고 있다. 특히 남성 중심의 관람 문화가 가족과 여성 중심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 흥행의 기폭제가 됐다. 이런 현상은 응원단에게 새로운 응원 문화를 선도해야 하는 과제를 안기고 있다. 조 단장은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며 “과거와 달리 이제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응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좀 더 재밌고 흥미진진한 응원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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