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인 라슬로 사타리…유대인 1만5700명 아우슈비츠 보내
나치 전범 수배 명단의 최상위에 올라 있는 헝가리인 라슬로 사타리(97)가 18일 헝가리 당국에 체포됐다. 헝가리 검찰은 이날 새벽 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그를 붙잡았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사타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발생한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헝가리 관할이던 슬로바키아 코시체의 고위 경찰로 재직하면서 1만5700여명의 유대인을 아우슈비츠 등의 수용소로 보내 죽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사타리는 군 검찰 조사실에서 몇 시간 동안 심문을 받은 뒤 나이가 많은 점이 고려돼 가택 연금됐다. 사타리는 심문에서 유대인 탄압에 대해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면서 무죄를 주장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검찰은 ‘나치 사냥꾼’으로 알려진 시몬 비젠탈 센터의 제보를 받고 사타리 신병 확보에 나섰다.
시몬 비젠탈 센터는 사타리가 유대인 300여명을 코시체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유대인은 1941년 모두 살해됐다. 그는 유대인 거주지인 게토에 머물던 유대인 여성들을 채찍으로 때리고 맨손으로 땅을 파게 하는 등 잔인하게 대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대인들에게 심한 고문 자세를 몇 시간 동안 취하게 하고, 개줄로 때리는가 하면 도망가는 유대인들은 현장에서 총으로 사살한 혐의도 받고 있다.
1943년 체코 법원의 궐석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된 그는 캐나다로 도주해 수십년간 가명으로 예술품 거래상을 하다 1995년 신분이 탄로나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됐다. 비젠탈 센터는 최근 그가 부다페스트의 한 아파트에 숨어 지내는 것을 확인한 뒤 영국 일간 <더 선>에 제보했고, 이 신문의 보도로 그의 68년간의 도주 행각이 막을 내렸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