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드민턴 복식 경기에서 서로 ‘져주기 게임’을 해 8명이 실격됐다. 주심(왼쪽)이 한국의 하정은(가운데)과 김 민정에게 블랙카드를 보여 주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고의 패배’ 후 한국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BWF는 1일(현지시간) 한국 배드민턴팀이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해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BWF는 BWF가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조별리그에서 벌어진 ‘고의 패배’ 경기와 관련해 한국ㆍ중국ㆍ인도네시아 등 8명의 선수를 실격(disqualify) 처리했었다. 실격 선수는 세계 1위 왕샤올리-위양 조(중국)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그레이시아 폴리-메일리아나 자우하리 조(인도네시아), 한국의 정경은-김하나 조, 하정은-김민정 조 등 8명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들 선수들은 토너먼트에서 좀 더 쉬운 상대와 맞붙기 위해 고의로 네트에 걸리도록 라켓을 치는 등 패배 시도를 했다”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배드민턴 선수들이 이익을 위해 일부러 졌다”고 비난했다. BBC와 가디언 등도 “중국과 한국의 배드민턴 선수들이 경기에 이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스포츠정신을 훼손시켰다”고 했다.
사실 고의 패배는 중국이 먼저 시도했다. 세계랭킹 1위인 왕샤올리-위양조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정경은-김하나조를 상대로 고의 패배를 했다. 같은 팀 톈칭-자오윈레이 조와 결승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조 2위가 돼야 했기 때문이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하정은-김민정 조와 폴리-자우하리 조가 서로 지려고 했다. 세계랭킹 1위인 왕샤올리-위양 조와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정은-김민정의 경기 당시 관중들은 심한 야유를 보냈다. BWF는 청문회를 진행했다. 한국팀에서는 성한국 감독과 정경은 등 선수 4명이 참석해 의견 진술을 했다. 성 감독은 “일부러 경기에 지기 위한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질문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BWF는 8명 선수에 대해 실격 처리를 발표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팀이 억울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중국은 그동안 수차례 고의 패배를 했는데 BWF가 넘겼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이후 이의제기를 자진 철회했다. 중국은 e-메일 성명을 발표하며 “BWF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유감 성명을 냈다. 결국 한국팀만 스타일을 구기게 됐다.
이번 실격 처분은 최근 승부 조작 근절을 강조했던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IOC는 재발 방지를 위해 선수 8명 전원을 퇴출하라고 BWF에 강력히 주문했지만, 퇴출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실격된 선수 8명은 앞으로 개인전에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앙일보 이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