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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피아니스트, 그들의 뒤에는 '악마 쌤'이 있었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8.15일 14:15
지금쯤 아마도 '3연타석 홈런'을 때린 기분일 듯싶다.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는 제자 손열음(반 클라이번·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과 김선욱(리즈 콩쿠르 1위)에 이어서 지난 8일 문지영(17)양이 독일 에틀링겐 국제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피아노의 명(名)조련사' '피아니스트 제조기'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이 세 제자가 모두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점도 공통점이다.

↑ [조선일보]손열음·김선욱·문지영 등 세계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제자들을 키워낸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그는“때로는 제자들을 울리고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만이 진득한 음악이 배어 나온다고 믿으니까”라고 말했다. /수원시립예술단 제공

수원국제음악제(8월 23~25일)에 앞서 1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지금 한국 영재들의 활약상은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이 음악제의 예술감독이다.

그의 교실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피아노 영재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까. 김 교수가 자신의 레슨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1) 학부모의 '치맛바람'은 사절

"가능하면 부모가 아니라 학생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 내가 학부모에게 연락하는 건 상관없지만, 학부모가 먼저 연락해오는 건 싫다. 부모가 개입하고 간섭하고 잔소리하면 아이들의 자율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자아를 잃어버린 연주자가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까."

(2)'자율형'보다는 '관리형'

"2006년 리즈 콩쿠르 직전에는 선욱이에게 뉴욕 아파트를 얻어주고 두 달간 감금하다시피 했다. 세상과 일절 단절한 채 매일 레슨을 하고, 대회 직전까지 연습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어느 날 휴대 전화를 보니 내 전화번호에 이름 대신 '악마 쌤(선생님)'이라고 적혀 있더라. 하지만 선욱이는 저녁이면 슬그머니 공연장으로 도망쳤다. 카네기홀과 링컨센터에서 원 없이 공연을 봤다고 한다."

(3) 기본은 어디서든 배운다

"우리는 곡(曲)을 레슨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가르치는 거다. 타고난 장점은 연습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단점을 똑바로 직시하고 후천적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열음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예술적 독창성을 가졌지만, 어릴 적에는 매번 연주할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같은 대목도 반복해서 연주하게끔 했다. 선욱이는 어릴 적부터 말러 교향곡 악보를 끼고 다닐 만큼 음악적 스케일이 컸지만, 장시간 연습하는 습관은 전혀 배어 있지 않았다. 그 아이는 의자 앞에 앉히는 것이 교육이었다."

(4) 내 연주 스타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 폴란드 의 피아니스트가 언젠가 내 제자 두 명의 연주를 듣고서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도 전혀 다르게 표현하더라'고 놀라워했다. 어떤 곡을 치고 있을 때 스승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면 잘못된 것이다. 지영이는 내면적으로 원숙하고 깊은 표현력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둡고 답답한 그늘이 음색에 남아 있다. 아이가 지닌 감정을 끄집어내서 청중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다."

(5) 반드시 녹음하고 같이 듣는다

"어떤 스승은 레슨 현장을 녹음하는 걸 싫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녹음하고, 함께 들어본다. 운전자가 속도계 없이 시속 100㎞로 달리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아는 만큼 들리고, 보이게 마련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연주하는 빠르기나 잘못된 습관을 느끼고 고칠 수 있다."

(6) 야단칠 때는 한꺼번에 몰아서

"잔소리도 조금씩 나눠서 하면 효과가 없다. 아무리 욕먹더라도, 나는 아이들을 울리고 싶다. 이 일(피아노)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깨달아야, 깊은 음악도 나온다. 제자들이 '아파서 레슨 못 온다'고 전화하면 그 목소리만 들어도 진짜 아픈지, 꾀병인지 눈치 챌 수 있다. 고통을 이겨낸 아이들의 공통점을 보면, 하나같이 음악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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