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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 질환 시어머니 수발을 든 30년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4.02.19일 14:07
하늘의 풍운조화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1985년에 저의 시집에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여직껏 앓는 법이라고 모르고 지내온 시어머니인 리순화가 55세의 젋은 나이에 골다공증(骨质疏松)으로 쓰러지셨다. 살던 동네에서 팔씨름왕으로 이름을 날린 그렇게도 건장하신 시어머니가 이런 몹쓸병에 걸릴줄 누가 알았으랴.



시어머니는 항상 허리아래쪽이 아프다고 하면서 뼈를 깎아내는 통증이라고 하신다. 1986년 할빈시 골과병원에서의 입원치료기간에 화장실에서 넘어져 넓적 다리가 골절이 되여 고통이 더 심해졌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이런 질병은 기침을 좀 심하게 하여도 골절이 된다고 하였다. 그때부터 시어머니는 행동장애가 와서 오직 곁사람들의 부축으로 앉았다 누웠다 할 수 있었다.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고칠 수 없다고들 하였다. 현대의 의술로도 어쩌지 못하는 무정한 병마앞에서 우리 가족은 정말 속수무책이였다.

시어머니는 통하현 이도하자 마을로 돌아와 둘째와 셋째 시동생네 집에 번갈아 계시다가 두 시동생 내외간이 모두 한국으로 로무를 떠나는 바람에 맡아들인 우리 집으로 시어머니를 모셔왔다. 당시 우리 집은 35평방미터도 되나마나한 학교사택이였는데 (남편은 통하현 제1중학교 교원이였음) 시어머니와 우리 부부 그리고 두 딸과 함께 다섯식솔이 비좁은 방에서 살아가야 했다.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와서부터 나의 일상은 순식간에 바뀌여져 더욱 바빠졌다. 하루 세끼 음식상을 차려야 했고 하루 세번씩 시어머니의 옷가지와 기저귀를 씻어야 했다. 또한 하루 종일 누워 계시는 시어머니의 살이 닿아 있는 부분에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아침 저녁으로 부엌에 불을 지펴 물을 끓어서 더운 물에 몸을 딱아 드려야 했고 피부약도 바르군 하였다. 당시 남편은 할빈시 정협위원으로서 외출이 잦았는데 그때면 병으로 망가진 시어머니의 우둥퉁한 몸을 안아서 앉히고 눕히는 것이 실로 힘들었다. 항상 똥오줌에 젖은 기저귀를 씻는 나를 보고는 남편이 하도 안쓰러워 상점에 달려가서 일회용기저귀를 사오고는 다시는 기저귀빨래를 못하게 하였다.



시어머니는 여러차례 통하현 병원과 할빈시골과 병원을 오가면서 치료를 하다보니 몇년동안 조금씩 모은 저축 금액이 밑굽이 났다. 우리 두 부부의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는 시어니의 병치료와 두 딸이 련이어 금방 대학을 다녀야 하기에 그 경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하여 남편은 적을 단위에 두고 대련시로 떠났다. 하해(下海)를 했던 것이다.

가족을 위해 남편은 집을 떠나야 했고 가족을 위해 나는 집을 지켜야 했다. 가족의 책임과 의무를 나눠야 했다. 남편이 대련으로 떠난 후 별나게도 서러움이 확 밀려들었다. 이제부터 나 혼자서 가정의 모든 일을 감당하여야 했다. 당시 나는 현농기계공장으로 출퇴근 하면서 항상 바쁜 걸음을 다그쳐야 했다. 실로 출근을 할라, 하루세끼 음식을 갖출라, 시어머니의 수발을 들라, 두 딸애의 뒤바라지를 할라, 하루 종일 팽이처럼 돌아쳤다. 하여 어떤 날에는 온몸이 나른하여 벌러덩 구들에 누워서 잠깐이나마 눈을 붙인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힘들고 고달플 때면 더 힘들고 더 고달픔을 생각하군 하였다. 그래도 시어머니 앞에서는 힘들고 고달퍼도 내색하지 않았다. 때로는 투병을 하고 계시는 시어머니의 아픈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이 고통스러웠고 대신 몸이 멀쩡한 내가 아파주고 싶었다. 이렇게 시어머니한테 발목이 묶이여 마음편히 어디 한번 유람도 못다녔고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시어머니를 위해 아니 우리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참아야 했다. 그래도 대련에서 걸려오는 고생하고 감사하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나면 그것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이 였다. 또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할머니와 대화도 곧 잘 하고 심부름도 두말 없이 하는 두 딸로 하여 나는 인내의 힘을 키우게 되였고 지겨운 '팔자타령'도 접어 던졌다. 나에게 주어진 조건을 타발하지 않고 열심히 살면서 힘겨운 시간들을 이겨 냈던 것이였다.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시어머니는 말수가 적어서 그 무슨 요구를 많이 제기하지 않는 편이다. 함께 지낸 시간이 오래다 보니 시어머니의 눈빛만 봐도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간혹 시어머니가 입맛을 잃을 때면 색다른 음식을 하여 대접했고 과일도 번마다 종류를 바꾸어 드렸다. 록음기도 사놓아 방송도 듣고 노래도 감상하게 하였다. 해마다 시어미 생일 때면 단설기에 초불을 켜고 '생일을 축하합니다' 한 노래를 두 딸과 함께 박수를 치면서 부르기도 하였다. 가끔은 시어머니가 변비가 심해서 고통을 겪을 때면 나는 직접 손가락으로 대변을 파내군 하였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눈물이 글썽하면서 나의 손을 잡고는 "딸 노릇을 해주어서 감사하네"하신다. 때로는 이웃들이나 학교 교직원들이 병문안을 오실 때면 시어머니는 항상 며느리자랑을 하시면서 자식들을 보태주기는 커녕 이렇게 맡며느리만 고생시켜 며느리 보기가 정말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리고는 대소변이라도 화상실에서 봤으면 좋으려만.... 정말내 몸이 지겹다고 하신다.

환자가 있는 집안에 웃을일이 별로 없어도 나의 두 딸은 이런 환경속에서 밝게 자랐고 공부도 열심히 하였다. 큰 딸은 2003년에 대학을 졸업하였고 작은 딸은 2006년에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같은 해 남편도 집으로 돌아왔다. 목단강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작은 딸의 성의에 우리는 2013년에 목단강시로 이주하였다. 백평넘어되는 아파트에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하는 것이 실로 가슴이 트이는것 같았다. 비좁은 단층집에서 부엌에서 불을 피우면서 살아온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너무나도 생활이 편리하여 졌다. 따라서 나의 일상도 그렇게 이전처럼 바삐 보내지 않았었다.

오랜 세월 투병으로 누운 자세를 자기절로 바꾸지 못하는 시어머니는 우울증이 오는것 같더니 2016년에는 로년성치매 진단까지 받았다. 의사의 권유로 치매를 치유하기 위하여 시어머니가 평시에 즐기던 노래들을 한데 묶어 록음기를 틀어 놓기도 하고 지나온 얘기도 하면서 대화도 자주 이어가군 하였다. 나와 남편의 이런저런 노력들이 시어머니의 기억력 쇠퇴를 막을 수 가 없었고 따라서 시어머니의 기억을 티끝만치도 되살리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매일마다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무슨 말을 중얼거리는데 듣고보면 했던 말도 잊어버리군 하였다. 또한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점점 약해졌다. 앉을 수가 없어서 누워서 식사를 해야 했는데 밥을 조금씩 시어머니의 입에 넣어주면 거의 절반은 입귀로 흘러 나왔다. 우유를 조금씩 떠 넣어 주어도 마찬가지였다. 완치가 안된다는 치매로 하여 시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들도 못 알아 봤다. 정말이지 사람이란 뼈가 무너지면 건강이 무너진다는 말이 틀림 없다는 것 같다.

투병 나날이 이어지면서 건강이 악화된 시어머니는 끝내 91세를 일기로 2020년 6월에 투병고틍을 내려 놓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셨다. 골다공증과 치매라는 병마로 누워계신 시어머니의 수발을 30년 넘게 들어 온 내가 어쩐지 슬픔과 미안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생전에 좀 더 잘 보살펴 드려야 했었는데 말이다.

시어머니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고 나 자신을 돌이켜 보니 나의 중년은 그냥 소리없이 지나가버린 것이다. 내 중년은 아예 기억이 없었다. 그래도 30여년을 시어머니의 손발이 되여 며느리가 아닌 '딸 노릇'을 정성껏 하여 왔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보람을 느낀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위해 고생한 순간순간이 모여 나의 중년을 장식한것 같다.

/홍계옥 구술 전동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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