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신용카드사들의 '꼼수'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카드사들이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차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 1위인 현대ㆍ기아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수수료율 인하요구는 모두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26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은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에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압력이 강하게 들어오자 곧바로 굴복했다. 이들 카드사는 현대와 기아차에 대해 신용카드는 기존 1.75%에서 1.7%, 체크카드는 1.5%에서 1.0%로 수수료율을 일제히 낮췄다.
현대차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자동차 구매 때 카드결제를 중지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KB국민카드가 반발하자 현대차는 자동차 결제를 전격적으로 중지해 결국 모든 카드사가 백기 투항했다.
그러자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등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현대차와 똑같은 수준의 수수료 인하를 카드사에 요구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금융 당국이 현대차 수수료율 인하를 강하게 비난했다는 점을 들어 다른 업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현대차와 특수 관계인 현대카드만 당시 현대차를 비롯해 모든 완성차업체의 수수료율을 내려줬을 뿐이다. 이에 따라 현재 자동차 판매점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1위 업체인 현대차만 가장 낮아 후발 업체보다 이득을 많이 챙기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한 카드사의 관계자는 "현대차에 비하면 나머지 업체들은 아무래도 결제액에 차이가 크다"며 "현대차는 말 그대로'슈퍼 갑'이기 때문에 두 손을 들었지만 나머지 업체들에는 여건상 쉽지 않다고 구두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안민구기자 amg9@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