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헤지펀드·강북 채권 선호
똑같이 수십억, 수백억 원을 가진 슈퍼리치(거액자산가)지만 서울 강남에 사느냐, 강북에 사느냐에 따라 투자 패턴이 다르다. 강북이 보수적인 반면 강남은 공격적으로 묘사된다. 증권사 자산관리 PB들은 "강남 부자와 강북 부자들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전했다.
◆ 늙은 강북, 젊은 강남
강남과 강북 부자를 명쾌하게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나이다. 두 곳 모두 현업에서 갓 은퇴한 60대 고객의 숫자가 가장 많지만 강북은 70대와 50대로 이어지는 반면 강남은 그 반대인 50대와 70대로 움직인다. 평균 연령으로 따지면 강북이 강남보다 10~15년가량 많다.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SNI사업부장)는 23일 "강북 부자들 중에는 사업체를 직접 경영하는 사람들이 많아 평균 은퇴시기도 늦다"며 "70대인데도 정정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연령대의 차이는 직업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강북 부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을 보면 본인이 직접 사업을 일궈내 창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모 PB는 "강남에는 1990년대 이후 부동산 정책의 틈바구니 속에서 시기를 잘 골라 재산을 불린 소위 ’부동산 졸부’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강북 부자들은 전체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반면 강남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비중이 높다. 강남 부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기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 안전자산 vs 투자자산
강북 부자와 강남 부자들은 재테크 대상도 다르다. 강북 부자는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크지만 강남 부자는 ’재산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투자자산에 대한 선호가 큰 편이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이사는 "강북 부자들은 기대수익률이 보수적이고 채권 위주로 거래한다"며 "분리과세 등 세금에 대한 관심도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남 부자들은 안전자산도 좋지만 정기예금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선호가 더 크다. 지난해 나온 헤지펀드나 다양한 형태의 사모펀드에 가장 먼저 돈을 넣는 사람들은 대부분 강남 부자다.
최근 슈퍼리치들 사이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상품인 제로쿠폰 채권과 딤섬본드가 인기다. 대표적 제로쿠폰인 국민주택2종채권의 경우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채권을 싸게 구입하고 만기에 액면 금액만큼 돌려받기 때문에 사실상 비과세 상품으로 분류된다.
홍콩에서 해외 기업들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채권인 딤섬본드는 매매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된다.
두 상품 모두 금리는 연 2~3% 수준이지만 강북 부자들의 선택은 제로쿠폰 채권, 강남 부자는 딤섬본드다. 제로쿠폰 채권은 추가 매력이 없지만 딤섬본드는 위안화가 절상되면 플러스 알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