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는 음식물을 녹이고 부수는 강력한 위산과 소화효소가 가득 들어있다. 과식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속이 편해지는 것은 이 덕분이다. 하지만 속이 너무 더부룩하거나 쓰릴 때는 소화제 등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병규 교수는 "흔히 소화와 관련된 약은 무조건 식후에 먹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작용원리에 따라 식전에 먹어야만 효과를 보는 약과 식후에 먹어야만 효과를 보는 약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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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식후 먹는 소화제 달라
소화제의 한 종류인 운동기능개선제는 식전에 먹어야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운동기능개선제는 위나 장의 움직임을 개선해 음식물이 잘 내려가도록 돕는 약이다. 식사하기 30분 전쯤 미리 약을 먹어서 위나 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다. 당뇨병을 앓고 있어서 위 수축이 잘 안되거나, 위 무력증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이 약을 쓴다.
식후에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소화제는 췌장효소제다. 최병규 교수는 "흔히 소화제라고 생각하는 약이 바로 췌장효소제"라며 "일반의약품이며, 과식을 하고 속이 더부룩할 때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췌장효소제는 식사를 하고 30분 정도 지난 뒤에 먹는 게 좋다. 췌장효소제는 섭취한 음식물이 소장에서 잘 분해되도록 돕는데, 음식물이 소장으로 가기까지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위산 분비도 소화에 영향 끼쳐
소화가 잘 되게 하려면 위산 분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위산분비억제제와 제산제는 위산 분비에 관여하는 약인데, 이 약들도 식전과 식후를 구분해 복용해야 한다. 위산분비억제제는 식사하기 30분 쯤 전에 먹어야 한다. 주로 십이지장궤양, 역류성식도염, 위궤양, 궤양성소화불량증을 앓는 사람에게 쓴다. 최병규 교수는 "이 약을 식전에 먹으면 약 성분이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에 붙어있다가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며 "식후에 먹으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아침에 한 번 먹으면 그 효과가 하루~이틀 정도 가고, 위산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아침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제산제는 식사 후에 속이 쓰린 증상이 생기면 먹으면 된다. 위산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밥을 먹고 2시간이 지난 뒤에 먹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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