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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성룡 특집, SBS 예능의 편견을 깨버린 엔딩 장면

[기타] | 발행시간: 2013.03.05일 14:30
시청자가 SBS 예능을 싫어하는 이유는 결국 감성 부족의 문제다. 무한도전이나 라디오스타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세련되고 유려한 편집 기술을 SBS 예능에서 기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SBS 예능의 연출은 대체로 투박하고 적나라하며 촌스럽고 유치했다. 사실 필자 또한 MBC의 라디오스타가 언젠가 무릎팍도사 비 출연으로 무너진 5분 방송의 굴욕을 그들의 주제가인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절묘하게 이용하여 비의 이름과 맞바꾸었던 역대급 엔딩신의 신선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따윈 하지 않았다. 하지만 런닝맨은 좀 달랐다.

아직 런닝맨이 일요일의 대세가 되기 전이었다. 웬만큼 인기 있는 예능이라면 한 무더기씩 갖고 있다는 그 흔한 팬덤조차 없었던 런닝맨. 나 홀로 좋아한다고 외치기도 퍽퍽한 마음으로 과묵하게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매주 매주. 아마 그때가 차태현이 출연했을 무렵이었을 거다. 런닝맨이 발목에 방울을 달고 짤랑거리며 적을 추격하는 '방울 술래잡기'를 진행하던 시절에. 차태현은 추격당하고 있었고 짱구를 굴린 그는 한쪽에 놓인 종이 상자에 몸을 숨겼다. 순간 공포영화처럼 조금씩 좁혀져 오는 방울 소리에 기겁하는 차태현의 모습을 담은 구도와 결코 촌스럽지 않은 색감과 폰트 선택으로 실제 상황을 영화 같은 화면으로 연출한 런닝맨의 세련된 편집 기술에 놀랐다. 가능성을 느꼈다. 이거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런닝맨의 큰 미덕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고압적이지 않은, 겸손함을 갖춘 오픈 마인드의 제작진들이 프로그램을 메꾸고 있다는 점이다.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보다 피드백이 빠른 프로그램을 나는 찾아보지 못했다. 시청자가 던지는 불만과 제안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깔을 잃지 않은 런닝맨의 자세는 결국 지금의 SBS 예능답지 않은 SBS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바야흐로 런닝맨을 시작으로 SBS 예능에 드디어 감성이라는 놈이 찾아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태프의 편집 능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몇 개든 손에 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슈퍼스타K라든가 설명이 필요 없는 무한도전이라든가 이건 해외에 내보내도 부끄럽지 않겠다 싶은 라디오스타까지. 이 대단한 프로그램들 사이에 슬며시 이름을 올리고 싶은 프로그램이 바로 런닝맨이다. 적어도 런닝맨의 결코 넘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확실시하는 음악 선곡과 센스 넘치는 음향 효과의 삽입은 위에 열거한 많은 프로그램들 가운데서도 상위권을 차지해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다. 수영장 위의 플라잉 체어 벌칙을 받는 유재석팀을 슬로우모션으로 구성하여 스카이폴의 메인 스트림을 집어넣은 런닝맨 음향팀의 재치에는 그야말로 두 손 두 발 다 들었으니까.

무엇보다 최근 방영된 런닝맨 성룡 특집은 그야말로 런닝맨의 성장이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이르렀는가를 증명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런닝맨의 엔딩은 끝이 났으면서도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성룡과의 유쾌한 마무리를 끝으로 다음 회의 예고까지 방영된 런닝맨이었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다시 성룡의 모습이 화면을 비추었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은 성룡의 재치 넘치는 파이팅 멘트가 울려 퍼진 뒤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중화 풍의 앞문을 열어젖혔다. 곧이어 기겁하는 런닝맨 멤버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바로 런닝맨 초반의 성룡의 등장 장면 이전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런닝맨 멤버들의 시선이 아닌 성룡의 시선으로 재구성해서 만들어낸 감각적인 센스에 나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감동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런닝맨과 성룡이 함께한 시간들을 마치 영화의 엔지 장면처럼 구성하여 또 하나의 보너스 영상을 만들어주었다. 성룡의 영화에서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엔딩 크레딧속 엔지 영상의 오마주였다. 정말 영화의 마무리처럼 올라가는 스텝롤에 런닝맨 자막팀의 이름을 표기하는 자막조차 예스럽기 짝이 없어 더욱 짠한 심정이 들었다. 장난스럽게 모자를 쓰고 포즈를 취하며 유재석에게 물을 권한다거나 멤버들에게 직접 빨대를 나누어주는 모습처럼 방송에서는 비추어지지 않은 비하인드 영상 속 성룡의 모습들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깊어 보였다. 이 장면을 구성하면서 깔렸던 음악 또한 센스 넘치는 성룡 최고의 명작 '폴리스 스토리'의 bgm이었던지라 그의 오랜 팬이라면 눈물을 찔끔했을 멋진 마무리와 아름다운 예우였다.

최근까지 시청자에게 SBS 예능이란 성장하지 못하는 정체된 예능의 집합체와 같은 이미지였다. 사람들은 SBS 예능을 소위 저질 예능이라 부르며 선입견을 가졌다. 그를 살아있는 히어로로 추앙하고 살아왔을 성룡의 오랜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켜 준 런닝맨의 과감하고도 신선했던 자막은 SBS 예능의 편견을 깨버린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잦은 피드백과 겸손한 마인드. 그 바탕엔 결국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싶어 했던 런닝맨 제작진의 소망이 담겨있었다. 감성과 센스를 동시에 겸비한 런닝맨은 진화하는 SBS 예능의 포문을 열었다. 이제 두려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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