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文후보에 불리한 댓글, 경찰이 수사 때 파악하고도 대선직전 '그런것 없다' 발표"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26일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 대선 직전 국정원 직원 김모(29)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정치에 개입했다는 단서를 확보하고도 이를 은폐·축소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분석팀은 작년 12월 13일부터 서울 수서경찰서가 수사하던 김씨의 컴퓨터 분석작업을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사이버분석팀은 김씨가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게시글을 올리는 등 정치에 개입한 근거를 일부 확보했다고 한다.
경찰은 그러나 사흘 뒤인 작년 12월 16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김씨의 개인 컴퓨터와 노트북 하드디스크에서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과 댓글을 올린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튿날인 17일엔 "김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아이디(20개)와 닉네임(20개)을 검색해봐도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검찰은 이에 따라 대선 직전 경찰의 발표는 수사 내용의 일부분만을 공개해 사실상 진상을 왜곡·축소한 허위 발표라고 보고 있다.
경찰은 1월 말엔 "국정원 직원 김씨가 '오늘의 유머'사이트 등에 정치·사회관련 120개 게시글을 올렸다"고 밝히고, 4월엔 "김씨가 정치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대선 전에 게시물 일부를 파악하고도 발표 때 빼놓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대선 직전 수서경찰서 권은희 당시 수사과장이 "분석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구하는데도 사이버분석팀이 며칠간 미루다가 대선 당일인 작년 12월 19일 오전에야 넘겨준 사실도 파악했다. 사이버분석팀 팀장인 A경감은 그간 컴퓨터에 보관해오던 분석 자료를 검찰의 압수수색(지난 20일) 직전 파기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검찰은 25일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소환해 이 같은 경찰의 움직임을 주도했는지 조사했다.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로 김 전 청장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나는 '컴맹'수준이어서 구체적인 사실은 잘 모르고 보고받은 일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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