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기술을 가르쳐주는 '픽업 아티스트'들이 유명세를 타면서 인터넷에도 관련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낯선 여자에게 접근해 하룻밤을 즐기는 법이 공유되는 등 왜곡된 성의식 전파가 우려되고 있다. 픽업 아티스트 관련한 B사이트 캡처
"인사부터 그녀의 전화번호를 받기까지 단 1분이면 충분!"
"마음에 드는 이성을 픽업하면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스스로를 '연애 고수'로 칭하는 한 '픽업 아티스트'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A카페는 1만9,000여명의 회원을 자랑한다. 이 카페는 낯선 여성에게 접근해 연애에 성공하는 방법과 이른바 '원 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법을 회원끼리 공유하고 강의도 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연애 상담사들이 연애에 서툰 남녀를 상대로 이성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한다면, 일부 '픽업아티스트'는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픽업아티스트들은 하룻밤에 몇 명의 이성과 만남을 가졌는지, 이성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성을 어떻게 성적으로 매료시키는지를 온ㆍ오프라인에서 강의한다.
픽업 아티스트들의 고객은 대부분 숫기 없는 남성인 일명 '찌질남'이다. 이들이 연애의 기술을 배우는 대가는 강의당 10만원~3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1대1 개인 수강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 한 달 수강료가 1,00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한 픽업 아티스트가 A카페에 올린 글을 보면 연애를 교육한다고 해서 특별한 내용을 가르쳐주는 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따른 대처법 등을 알려준다. '길거리 헌팅 잘하는 법' '카톡으로 여성 마음 사로잡는 법' '여성이 특별히 좋아하는 칭찬하는 법' '인기있는 남성 되는 법' 등을 가르친다. '나이트클럽에서 이성 유혹하는 법' '즉석 만남에서 하룻밤까지 이어지는 법' '한 번 잠자리 가진 여성과 또 만나는 방법' 등도 있다.
문제는 픽업 아티스트가 전하는 비법이 진실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여성을 '픽업' 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이를 배운 회원들은 이성과의 만남을 즐긴 후 카페에 저마다의 후기를 올린다. 자신들만의 언어로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주로 게임 용어를 쓰는 게 특징인데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손 잡으면서 스킨십 반응 체크했더니 거부 반응 없음. AA(소심한 남성의 접근 공포증) 있었지만 레이저 신공(맘에 드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 눈을 마주치는 것)으로 F-Close(성관계 지칭)까지 완성'이라고 쓰는 식이다.
일부 회원은 '원나잇 스탠드'에서 성공한 걸 '홈런'이라는 은어로 지칭하며 이를 과시하기도 한다. 모텔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첨부하거나 여성의 동의 없이 사진을 찍어 인증 글을 올리는 식이다. '홈런' 성공에 도취된 회원들은 구체적인으로 성관계를 묘사한 후기를 올리는 건 물론 성관계 장면을 영상으로 찍거나 사진으로 올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여성 회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B카페에는 '픽업 아티스트'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B카페 회원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번호 물어보는 남성은 무조건 조심" "클럽에서 말 건다고 합석했다가 호되게 당할 수도" "픽업 아티스트에 잘못 걸리면 인생 망쳐요" 등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