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코스피 1800선 무너져
원-달러 환율 6.7원 상승
채권시장도 극심한 혼란
당정, 시장안정화 대책 논의
‘버냉키 충격’에 이어 중국발 경기둔화와 신용경색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특별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4일 국내 금융시장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겹치면서 장 후반으로 갈수록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82(1.31%) 내린 1799.01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7월26일(1782.47)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도 2% 이상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7원 상승하면서 1161.4원으로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원화값 추락이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은 8bp(1bp=0.01%) 급등해 연중 최고치인 연 3.12%까지 올랐다.
중국 상하이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0%나 폭락했다. 중국의 제조업 부진과 성장률 하락 전망이 나온데다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줄일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 탓이다. 이 여파로 일본 도쿄 증시 닛케이지수도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오후 장세에서 밀려 1.26% 하락(1만3062.78) 마감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나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 등의 대책을 검토중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09년 금융위기 때 민간 금융회사를 끌어들여 조성한 회사채 매입용 펀드이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정책금융기관이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를 빨리 사주는 제도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간부회의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현 상황은 실물경제 회복에 기반한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전제한 뒤, “회사채 시장은 양극화가 심화돼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기업의 자금애로 해소를 위해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모두 23조원, 이 가운데 10조원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A등급 이하)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버냉키 발언 이후 취약해진 투자 심리 탓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요동치고 있다”며 “시장은 과민 반응이 차츰 누그러지고 경기 문제로 시선을 옮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대선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