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빈) 김동규
아침 장마당은 오밀조밀 구경거리도 많다. 아침이면 골목골목에서 나온 장꾼들이 자기가 가지고 온 물건을 난전에 벌려놓는다. 사구려 목소리도 각각이다. 지방 방언에 남방말까지 혼잡하다. 장터에 벌려놓은 물건도 물밑에서 사는 놈, 나무우에서 자라는 놈에 땅에서 자란것에 없는것이 없다. 장사군들마다 자기가 가지고 나온 물건을 난전에 벌려놓고 각양한 목소리로 사구려를 뽑아댄다.
물고기 장사가 있다. 초롱안에는 메기가 긴 수염을 흔들흔들 하면 건방지게 돌아다닌다. 당금이라고 도마우에 올라갈 신세인데도 여유작작하다. 초롱에 다가가 들여다 보면 메기란 놈은 빼대대한 눈을 흘기면서 손님을 쳐다본다. 미련한놈이라고 속으로 욕하면 초롱을 툭툭 건드리면 메기란 놈은 와달랑 성을 내면서 요동친다. 그옆에는 잉어가 미끈한 몸매로 살랑살랑 춤을춘다. 잉어가 한번 꿈틀 할 때마다 몸에 있는 비늘이 우수수 일어서면서 어엿해 보인다. 언제보나 아싹아싹 먹고 싶은 존재다. 메기며 잉어며 붕어를 거느리고 장마당에 나온 장군의 얼굴에 자호감이 흐벅지게 흐른다. 괙 하고 뽑아대는 사구려 소리에 물식구들이 놀라 갈팡질팡 한다.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고기난전에 모여들면 장꾼의 손에서 신바람이 난다. 누구인가 욕심에 만족되면 어느놈이든 상관없이 비닐주머니에 담겨 애고고 비명을 지르면서 끌려간다. 떠나가는 자기 동료를 두고 고기들은 쓸쓸하게 리별가를 부른다.
고기난전을 지나 조금가면 남새들의 동네이다. 머리에 꽃을 달고 있는 오이가 있는가 하면 어제까지 들에서 봄나들이를 하던 달래며 냉이며 민들레가 오구구 모여있다. 싱그러운 나물냄새에 코마루가 찡하다. 애호박은 나시시한 보슴털을 달고 누워있고 무우는 뚱보배를 내놓고 웃고있다. 언제봐도 탐스러운 일년감은 빨간 얼굴을 해가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밑둥이 잘린 부추는 진액을 질질 흘리고 반질반질 윤기도는 가지는 볼수록 앙증스럽다. 남새난전은 계절을 거역하고 사시절 풍성하다. 남새들이 어디에서 왔건 고향이 어디인지 그런것에는 상관도 없다. 모두가 계절을 배반해고 장마당에 앉아 싱싱하게 호기를 과시하고 있다.
갑자기 어디에선가 꼬끼요-하고 닭을음소리가 들려온다. 농부에게 발을 묶이여 아침장에 온 닭들의 눈에 겁기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그때그때 뽑아대는 울음소리는 어떤 애원이다. 주인을 떠나 어디론가 가야 하는 자기신세가 감지되여 눈치만 살핀다. 엽초를 말아문 닭주인의 입가에 잔인함이 고여있다. 손님이 찾아와 흥정을 할 때면 닭들은 될수록 구석쪽으로 피해 도망간다. 흥정이 끝나고 장꾼의 손이 초롱안으로 쑥 들어갈 때면 닭들은 죽는다고 왝왝 소리를 지른다. 손님이 닭을 사들고 갈 때면 닭 몸에서 떨어진 닭털이 장터 공중에 떠 다닌다.
닭들이 있는 옆에는 상자안에 강아지가 쌔근쌔근 자고 있다. 장터 소음에 잠에 들어있는 강아지의 두귀가 수시로 쭝긋쭝긋 한다. 골목안에 있는 벙벙이 튀우는 장꾼이 또 기분좋게 한가마를 튀우는 빵-하는 소리에 말뚝잠에 들었던 강아지가 오똘 일어나 잠기가 더덕더덕 한 눈길로 지나가는 길손들을 흘겨본다. 그러다가 다시 넘어져 굳잠에 빠져버린다. 강아지 팔러 나온 파파늙은 할머니는 아침밥인지 옥수수떡을 꼬질꼬질 먹다가는 터실터실한 손으로 작은 젖몽오리가 조롱조롱한 강아지 배를 만져준다. 그럴 때면 강아지는 사타구니를 버쩍 쳐들고 이리뒤척 저리뒤척한다. 할머니의 얼굴에 인내가 잔잔하게 흐른다.어느 누구도 흥정하는 사람이 없자 할머니는 자기가 먹던 옥수수떡을 강아지에게 준다. 강아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옥수수떡을 맛나게 야금야금 먹는다.
저쪽에는 과일난전이다. 과일도 다양하다. 해남도 멀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바나나가 있는가 하면 식전 버스에 앉아 장터로 온 딸기도 있고 작년 가을에 나무에서 떨어져 움안에 있다가 과일농의 허가를 맡고 온 귤이며 한쪽볼이 곱게 익은 사과도 있다. 과일 파는 아가씨 몸에서 과일향이 물씬 풍긴다. 난전에 있는 과일들은 자리가 비좁게 누워 있지만 질서가 정연하다. 자리 투정을 하는 놈도 없고 비좁다고 아우성치치도 않고 이웃끼기 화목하게 지낸다. 과일난전에 모여있는 과일들은 오손도손 한집안이다. 과일난전은 색상이 다양하기에 보기에도 즐겁고 안온하다. 누구인가 떠나고 자리가 비면 과일 파는 처녀는 다시 그자리에다 다른 동배내기를 데려다 앉힌다. 비여가는가 싶던 과일난전은 다시 모습을 회복하고 화사한 웃으로 지나가는 길손을 회롱한다.
봄날의 아침태양이 장마당에 쏟아져 내릴 때면 장마당은 바글바글 끊어번진다. 물고기들의 하품소리, 닭들의 하소연, 강아지의 잠꼬대… 하여 장마당은 자연의 축소판이다. 어느구석에선가 흥정이 붙어 옴니암니 떨들다가도 다시 잠잠해지고 다시 저쪽에서 와자자 싸움이 일어난다. 아침 장터에서 아침장을 푸짐하게 본 사람들은 온순하게 자기 갈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