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춘렬
오랜 세월이였다.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썼다.나의 수필 '풋 강냉이'가 대상에 당선되였다는 소식을 듣고 감개무량뿐이였다.
-세월의 노력과 한을 모두 백지속에 묻어 버리고 다시 시작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만큼 젊어지자! 이것이 나의 첫 고백이였다.
이 세상에 길처럼 뚜렷한 흔적은 없다. 문학도 길이다. 문학의 길에 발자국을 찍는게 뭐가 어려울가고 가끔은 생각했었지만, 갈수록 문학의 길을 두려워해야할 리유를 나는 알게 되였다. 문학의 길은 적막강산을 홀로 걷는 길이요, 거미가 내장을 꺼내 허공에 집을 짓는 길이다. 나를 깨우치고 남을 깨우치는 길이기에 함부로 대하면 그 길을 갈수 없다.
세상의 모든 안팎이 말씀이요, 풍경이요, 철리가 되여야 하는게 문학인이 바라보는 자세라는것을 나는 문학을 통해 알았다. 공자님께서는 진리란 마치 손바닥 같다고 말씀하셨다. 진리란 이렇게 간단하고 쉽다는 말씀이지만, 누구나 손바닥을 볼수는 있지만 손바닥의 손금을 볼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깊은 뜻도 담겨져 있다. 그리고 진리란 그렇게 간단하고 쉽지만 또한 넓고 깊은 학문이란 뜻이기도 하다. 문학은 진리를 문자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하기에 문학을 문학다운 경지에 끌어올리려면 아집(我执)과 아상(我相)에서 벗어나 인생을 얼마나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느냐가 중요하며 훌륭한 인격과 수양을 닦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덕목을 쌓는것이 중요하다.
문학에는 위기가 없다. 애초부터 위기가 있다면 삶의 위기만 있을뿐이다. 잘 나고 못난 문학, 잘 팔리고 안팔리는 문학, 유명하고 무명한 문학이라는 구별은 삶의 문학정신에서 본다면 참으로 부질없고 무의미한것이다. 소쩍새는 울면서 봄을 키우고 호박은 꽃잎을 닫으면서 가을을 끝내며 겨울은 눈이 내리면서 더 깊어진다. 사람도 겸손할수록 머리숙여지고 마음은 비울수록 더 가벼워진다. 문학을 하면서 선인들의 글을 많이 읽고 탐색하고 사색하는데 습관이 되여버린 내가 다행스럽기만 하다.
돌아보니 내 몸에다 문학이란 집을 짓고 그것을 짊어지고 온 몸으로 바닥을 기여온 달팽이의 삶이 내 삶이였다고 생각하니 내 눈과 흉금을 황홀하게 해준 문학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끝으로 나와 한 정신이 되여 문학을 사랑해준 안해와 그리고 나의 졸작을 대상으로 추천해주신 심사위원들께 깊은 경례을 드린다. 고맙습니다.